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4-29 16:19:13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근본적 게임 유통(퍼블리싱) 사업 구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
수백억 원을 투자한 개발사들이 잇달아 경영 위기에 내몰리면서, 자체 개발 없이 외부 개발사에 의존하는 게임 유통 사업의 한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카카오게임즈는 29일 공지를 통해 모바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에버소울' 서비스를 오는 6월 말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9일 카카오게임즈는 이날 오전 공식 카페를 통해 모바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에버소울’이 6월30일 부로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2023년 1월 출시된 에버소울은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게임 개발사 나인아크에 100억 원 지분 투자 후 직접 유통을 맡은 게임이다. 지난해 8월 일본 서비스가 먼저 종료된 데 이어 이번엔 국내 서비스 종료까지 예고하면서 에버소울은 완전한 서비스 종료를 맞게 됐다.
나인아크는 최근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등 기업 존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미 나인아크 지분 투자 100억 원을 2025년에 전액 손실 처리했다. 투자금 회수는 물론 나인아크와 체결한 차기작 '프로젝트 T' 퍼블리싱 계약도 불투명해졌다.
카카오게임즈가 투자한 개발사들의 경영난은 나인아크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9일에는 모바일 RPG '로드 오브 히어로즈'로 이름을 알린 클로버게임즈가 경영난을 이유로 법원에 파산 신청을 접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 회사에 약 20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모바일 RPG '가디스 오더' 개발사 픽셀트라이브는 2025년 1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은 '가디스 오더'는 출시 40일 만에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역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모바일 RPG '가디언 테일즈'의 개발사 콩 스튜디오도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가디언 테일즈 서비스 업데이트가 연기되는 등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온라인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의 개발사 크로노 스튜디오 경영 사정도 불안하다. 모회사 엔픽셀이 2025년 말 기준 -51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카카오게임즈가 지분을 인수한 게임 개발사 엑스엘게임즈,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등도 완전자본잠식이 장기화하고 있다.
▲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게임기자단>
잇단 게임 서비스 종료와 투자 개발사 경영악화로 카카오게임즈가 선 집행한 마케팅 비용과 선급 계약금 회수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출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 이후 새로운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2024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5년 연간 매출은 46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9%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396억 원이다.
카카오게임즈의 한상우 대표 취임 직전인 2023년 1조 원을 웃돌았던 연간 매출이 2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악화가 마케팅 비용 축소로 이어지고, 마케팅 축소가 다시 게임 흥행 실패와 개발사 경영난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게임즈의 2025년 연간 마케팅비는 전년 대비 8.6% 감소한 374억 원에 그쳤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소 게임 개발사의 신작이 성공할 확률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지면서 게임 퍼블리싱 회사의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올 하반기 회사가 출시할 예정인 신작의 흥행 여부에 쏠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오딘Q',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크로노 오디세이' 등 대형 신작을 잇달아 출시한다.
한 대표는 지난 2월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하반기 실적 반등이 최우선 과제"라며 "다양한 플랫폼과 시장에 대응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