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하나은행(11.2%)과 KB국민은행(7.3%), 신한은행(2.6%), NH농협은행(0.6%) 등 경쟁 은행들이 일제히 순이익이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순이익 규모에서 NH농협은행에 순위를 내준 점이다. 1분기 NH농협은행은 557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우리은행을 200억 원 가량 앞섰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우리은행 순이익이 농협은행을 797억 원 앞섰는데 올해는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농협은행이 같은 기간 농업지원사업비 1263억 원을 부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의 상대적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금융 계열사가 ‘농협’ 브랜드 사용 대가로 매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농업·농촌 등 공익 목적에 쓰인다.
정 행장으로서는 이번 실적 결과가 평소보다 더욱 무겁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수익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룹의 비은행 확대 전략에 따라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안정적 수익 창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우리투자증권 1조 원 유상증자와 동양생명 주식교환을 통한 완전 자회사화 추진 등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높여 그룹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성장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에서다.
더군다나 우리금융은 다른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 은행 이익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이 안정적 순이익을 바탕으로 자본을 축적해야 비은행 계열사 투자도 무리 없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번 1분기 실적 부진에는 일회성 비용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네시아 법인 회계 변경 관련 충당금 1380억 원과 희망퇴직 비용 등 일시적 부담이 커지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다만 기업대출이 1.3% 늘며 그동안 이어졌던 역성장 흐름에서 벗어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 행장이 기업금융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핵심 자산인 기업대출이 반등한 만큼 향후 수익기반 회복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의 질적 개선도 눈에 띈다. 업종별 잔액을 살펴보면 제조업 기업대출 잔액은 1분기 40조152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5% 증가한 반면 부동산임대업 잔액은 35조5548억 원으로 11.3% 감소했다.
▲ 우리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분기 순이익이 역성장했다. <우리은행>
정 행장이 강조해 온 기업금융 중심의 ‘생산적 금융 강화’ 전략이 실질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가계대출에 쏠린 자금을 혁신기업이나 첨단 산업 등 실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부문으로 유도하는 금융 정책을 말한다.
정 행장은 그룹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춰 기업금융 강화 전략에 꾸준히 힘을 실어 왔다. 올해 초에는 생산적 금융을 기회로 삼아 기업금융 강점에 집중해 경쟁 은행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정 행장은 우리은행 안에서 대표적 ‘중소기업통’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전략부장과 본점영업부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두루 거치며 영업 현장을 두텁게 경험한 기업영업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러한 이력은 생산적 금융을 핵심 전략으로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특화 채널 ‘BIZ프라임센터’와 ‘BIZ어드바이저’를 확대하며 기업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1월에는 강남 BIZ프라임센터를 열고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인공지능(AI)·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전략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금융지원에 나섰다.
또 가업승계 전담 조직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해 지분 이전과 자산관리, 자금지원, 인수합병(M&A) 중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년 동안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축소하는 등 자산 리밸런싱 작업에 주력해 왔다”며 “앞으로 강화된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고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