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영토확장 비상⑦] CJ 이재현 '신영토 확장' 급브레이크, 중동 총성에 CJ제일제당ᐧCJENMᐧCJ대한통운 '진땀'
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6-03-12 14: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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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이 주변 국가를 상대로 군사 대응을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유가가 치솟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태세다.
최근 중동이 대규모 인프라와 산업 투자에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현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전쟁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이러한 전략에도 변수가 떠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중동 지역에서 사업 확장에 나섰던 주요 기업들의 현안을 점검하고, 이번 사태가 기업들의 중장기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지난해 12월 일주일 동안 아랍에미리트(UAE)를 직접 방문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김홍기 CJ 대표이사, 윤상현 CJENM 대표이사,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 그룹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는 면에서 그룹 차원의 의지가 담긴 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은 현지에서 문화 사업과 식품 사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중동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잠재력 높은 중동 시장에서 K웨이브를 절대 놓치지 말고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대한 절실함을 갖고 신영토 확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전부터도 중동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2024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공식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했으며 2025년 12월에는 서울에서 UAE 문화부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잇달아 현지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그룹 총수가 중동 시장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
CJ제일제당은 식품과 헬스케어, 리테일사업을 담당하는 아랍에미리트 기업 알 카야트 인베스트먼츠(AKI)와 협력하기로 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이 협력으로 ‘비비고’ 등 K푸드의 중동 유통망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을 받은 ‘비비고 볶음면’과 ‘비비고 김스낵’ 등을 앞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CJ올리브영도 중동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헬스케어 유통기업 라이프헬스케어그룹(LHG)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드러그스토어 브랜드 ‘라이프파머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유통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콘텐츠 사업에서는 CJENM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CJENM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 법인 ‘CJENM 미들이스트’를 설립했다.
CJENM은 특히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힘을 쏟아온 계열사다. 202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와 문화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023년에는 사우디 콘텐츠 기업 망가프로덕션과 콘텐츠 사업 협력 협약을 맺었다.
2024년 6월에는 중동 최대 아랍어 스트리밍 플랫폼 샤히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CJENM 콘텐츠 20편을 공급하기도 했다.
▲ 사우디아라비아 CJ대한통운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 전경. < CJ대한통운 >
물류 사업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 역시 중동 물류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왔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아라비아 물류기업 나켈 익스프레스와 중동 배송 서비스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월에는 중동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초국경 물류 허브 역할을 하는 사우디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이란-미국 전쟁으로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의 의지에 따라 CJ그룹 주요 계열사가 역량을 중동 시장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최근 고조되는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를 감안할 때 섣불리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CJ그룹에게 아쉬운 지점은 중동 사업을 통해 해외 사업 확대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잠시 미뤄둬야 하는 상황이 이르렀다는 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국내 사업과 관련해 식품과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내부적으로 큰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사업은 막 초석을 놓는 단계인 만큼 전쟁에 따른 실질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CJ대한통운의 GDC 또한 사실상 물량 변화나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CJ그룹이 현 상황에서 대비해야 할 것은 전쟁이 장기전으로 번졌을 때 사업 전략 수정 방안일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 생산 등에 있어 유류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 관련 영향 또한 그룹에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으로 읽힌다.
CJ그룹 관계자는 “당장 사업적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각 계열사별로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적합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