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정부가 TSMC의 미국 반도체 투자 확대 발표가 나온 데 맞춰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와 무역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제1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자 대만 정부와 의회가 관련법에 따라 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며 견제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편 미국과 무역 협상을 앞두고 TSMC의 투자를 협상카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 CNA는 28일 “대만 산업혁신법 수정안이 최종 심사 과정을 통과했다”며 “해외 투자에 관련한 규제와 처벌, 벌금 등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이 추진된 시점을 고려하면 이는 TSMC가 미국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사두르는 상황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정부는 TSMC의 미국 투자 확대가 대만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에 더해 국가 안보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대만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면 미국이 중국의 침공과 같은 위협에서 대만을 보호해야 할 이유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TSMC의 반도체 기술력이 미국에 유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번 수정안 추진에 반영됐다.
대만 경제부는 “특정 규모를 초과하거나 중요한 산업 및 기술 관련한 투자는 반드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이번에 이러한 기준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TSMC는 미국 공장에 최소 1천억 달러(약 144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3곳을 신설하고 반도체 패키징을 비롯한 관련 설비도 구축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에 고율 수입관세 부과 가능성을 앞세워 TSMC에 미국 투자 확대를 압박해온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만 정부가 이러한 움직임을 견제해 TSMC를 포함한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며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대만 정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와 기준도 이전보다 더욱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을 비롯한 무역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만 정부가 투자 규제를 강화한 것은 앞으로 이뤄질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미국과 무역 논의에서 대만 정부가 TSMC의 미국 투자 규제를 협상카드 가운데 하나로 내걸어 관세율 책정 등에 유리한 위치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자국 반도체 제조 산업을 단기간에 키우기 위해 TSMC의 적극적 투자 확대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따라서 TSMC의 투자 승인 결정권을 쥔 대만 정부의 역할도 더욱 부각될 공산이 크다.
대만 경제부는 “특정 기업의 해외 투자가 기준을 위반해 경제 또는 국가의 안보를 해치지 않도록 투자가 이뤄진 뒤에도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