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최악의 자금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발동해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다.
정 사장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난골 드릴십 인도를 위한 영업 최일선에서 뛰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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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비상계획이 발동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추가조정, 임금삭감, 생산설비 감축 등 더욱 고통스런 길을 걸어야 한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앙골라 국영석유기업 소난골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을 제때 인도하지 못해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구조조정 비상계획을 발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성립 사장은 드릴십 2척을 30일까지 인도하기 위해 23일 두바이로 출장을 떠나 소난골 고위 관계자와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
소난골 프로젝트의 인도시점이 재차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당분간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로부터 드릴십 2척을 12억4천만 달러에 수주했는데 이 가운데 80%인 9억9천만 달러(약 1조1천억 원)는 인도시점에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의 경영난을 감안해 21일 이사회를 열고 소난골 드릴십을 운영할 특수목적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드릴십 건조대금 일부를 받을 방안까지 결의했다.
하지만 소난골은 글로벌 금융사와의 여신협상에 진척을 내지 못해 자금조달 작업에 차질을 빚어 계속 인도시점을 늦추고 있다.
일각에서 소난골 프로젝트의 인도가 최종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난골은 드릴십을 꼭 인도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저유가 탓에 앙골라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자금을 마련할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드릴십을 기존 가격의 30~40%의 할인율로 헐값에 매각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소난골 드릴십을 다른 오일메이저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지만 현재 국제유가를 놓고 볼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난과 더불어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자구계획안에 담은 비상계획(컨티전시 플랜)을 발동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구계획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당시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인력 추가조정, 임금삭감, 생산설비 감축 등을 포함한 2조 원 이상 규모의 비상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애초 이 계획은 수주난이 계속돼 매출이 연간 5조 원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졌으나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경우 비상계획을 가동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금융권의 차입금이 없고 선박대금 일부를 미리 당겨받는 방안 들을 추진하고 있어 소난골 드릴십을 제때 인도하지 못하더라도 당장 유동성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상계획 발동은 내년 초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