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천(atmospheric river) 현상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모습.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강과 같은 모습으로 모여 미국 서해안 일대 산맥을 넘다가 급속도로 차가워져 비나 눈으로 내린다. <미국 해양대기청>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서해안 주요 도시들이 따뜻해진 바다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강력한 집중호우와 강설 등을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기상예보서비스(NWS)가 미국 서해안 일대에서 평소보다 강력한 ‘대기천(atmospheric river)’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보했다고 전했다.
대기천 즉 대기의 강 현상이란 대기 중에 강처럼 좁고 긴 공간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대기천은 미시시피강 하구 수량(평수시 약 1만4천 톤)과 같은 정도 수분을 담고 있다. 강도에 따라 최대 15배에 달하는 수분이 모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쏟아진 집중호우도 대기천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샌디에이고에서는 정전이 발생하고 대중교통이 마비돼 토드 글로리아 샌디에이고 시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기상예보서비스는 29일부터 미국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에 강력한 집중호우와 강설이 내릴 가능성이 평소보다 60~80% 높다고 봤다.
통상적으로 겨울동안 우천을 겪지 않는 애리조나 사막 일대와 그레이트 베이슨 일대에도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해안 지역에는 강풍에 따른 해일주의보도 발령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17년 발생했던 강력한 대기천 현상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냈다.
기상예보서비스 등 기상전문가들은 이번 대기천 현상이 지난해부터 발생한 이상고온으로 해수면 온도가 따뜻해지며 더욱 강력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에는 지난해 발생한 것이 확정된 엘니뇨 등의 영향도 있으나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29일 12시 기준 기상예보서비스는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 서해안 일대를 중심으로 강풍주의보와 홍수경보를 유지하고 있다.
기상예보서비스는 전문을 통해 "오리건주에서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격상한다"며 "이미 오리건주 코퀼강은 범람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