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에 성공해도 시장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토요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bZ4X 2023년형 Limited 모델이 충전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홍보용 사진. <토요타> |
[비즈니스포스트] 주행거리와 무게, 가격 등 측면에서 모두 강점을 갖춰 ‘꿈의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시점에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가 경쟁력도 크게 높아지면서 기술적 장점이 돋보이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일본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를 확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과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돼도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 빠르게 보급을 확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다수의 전기차에 일반적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크기와 무게, 가격을 이론상 절반 가까이 줄이고 주행거리는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토요타가 현재 전고체 배터리 관련한 기술 개발에 앞서나가는 기업으로 꼽힌다. 두 회사 모두 2027년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전고체 배터리가 해당 시점에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경쟁에서 뚜렷한 장점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전기차 배터리도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기술이 발전돼 적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생산 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022년 리튬이온 배터리 평균 가격이 2010년 대비 약 88% 낮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 한국 배터리 3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생산투자를 진행하며 규모의 경제효과를 갖춰내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전고체 배터리가 초반부터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토요타와 같은 기업이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긴 주행거리가 소비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기술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전고체 배터리를 놓고 토요타와 삼성SDI가 2027년에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일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현재 토요타가 개발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약 1200㎞의 주행거리를 갖추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약 480km의 주행거리를 갖춘 전기차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며 이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산업의 오랜 역사에 비춰볼 때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은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단점으로 꼽혔다.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는 안전성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하는 만큼 제조사들이 충분한 검증 없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일을 꺼리는 사례가 많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더라도 대형 자동차 제조사의 선택을 받아 널리 탑재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전기차 시장 진출에 경쟁사보다 늦어진 점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성보다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SDI는 경기도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파일럿) 생산라인인 ‘S라인’을 구축했으며 2023년 하반기 시제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당분간 삼성SDI와 토요타 등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속도전'이 이어지겠지만 실제 성과를 확인하는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으려면 기존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단가와 성능 등 측면에서 모두 확실한 장점을 증명해야만 할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블룸버그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주행하는 전기차는 현재 250만 대 정도에서 2027년 17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표준화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영원히 시장을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