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액을 한도없이 보장해주겠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덕적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진은 현지시각으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 앞에 예금자들이 예금액을 찾아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 UPI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금융당국이 발표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예금액 전액보장 조치를 놓고 구제금융이라는 논란이 일고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주요 언론과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가 사실상의(de facto) 구제금융이라고 못박았다.
미국 금융당국은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액 보장 내용을 담은 성명을 현지시각으로 12일 발표했다.
주식과 채권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은행회생은 염두에 두고있지 않으므로 구제금융이 아니라고 미국 금융당국은 전했다.
주요 외신은 즉각 미국 금융당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실리콘밸리은행 자산을 사들일 인수자를 찾지 못했음에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예금보장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은행 자산이 매각되지 않으면 예금액 보장 비용을 은행자산 매각액으로 충당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문제가 된다.
미국 납세자의 세금이 들어갈 것이 불보듯 뻔한 만큼 미국 금융당국의 방책이 구제금융과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판한 것이다.
보증에 들어가는 금액이 최대 150억 달러(약 19조6천억 원)가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에 가입한 예금액 약 1730억 달러 가운데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금액이 90%다.
일반적으로 보험 미가입 예금액은 은행이 파산하면 10~15% 손실을 입는데 이들 전부를 보증하는데 들어갈 수도 있는 세금 규모가 20조 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특히 예금액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보장한다는 미국 금융당국 방침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고 비판했다.
초저금리 시대 쉽게 자본을 끌어와 사용하다가 잘못된 투자 결정을 해놓고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 스타트업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보증보험 제도의 취지는 소규모 자영업자 예금액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가 ‘시스템적 위험’ 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보증보험 미적용 대상인 고액예금자와 투자자에게까지 예외를 적용하는 방침을 내놨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 대부분이 미국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이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들을 위험에 처하게끔 내버려두지 못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꼬집었다.
다른 주요외신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예금보장안이 구제금융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을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발언을 인용해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므로 정부 자금 리스크가 올라간다"며 "설령 최종적으로 정부 자금지출이 없다고 해도 리스크를 짊어지기 때문에 구제금융 성격을 가진다”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이커 소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진보적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금융통화정책을 옹호했던 전문가들까지 해당 조치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도해 구제금융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납세자들이 손실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시각으로 13일 성명을 냈다. 하지만 미국증시는 은행주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이 정부 방침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