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1-27 16: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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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3월8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점점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닮아가고 있다.
집권 2년차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계파대립이 선명한 가운데 직접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한 모습까지 판박이다. 당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대통령의 직접 지원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던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비교하는 시선이 많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이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와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비교하는 시선이 점차 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당원들이 많이 모이는 좋은 축제니 꼭 참석해 인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뒤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집권2년차에 열리는 전당대회에 관심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은 한 번이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집권 이듬해인 2014년 7월에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했는데 이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나라당 전당대회 참석 이후 6년 만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는 점 이외에도 2023년과 2014년의 전당대회는 비슷한 점이 많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 대표는 2024년 4월에 열리는 총선 공천권을 가진 만큼 당권주자들의 경쟁이 뜨겁다. 2014년 전당대회도 박근혜정부 출범 뒤 치러진 2016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대표를 뽑았기에 경쟁이 치열했다.
또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친윤'(친윤석열) 대 '비윤'(비윤석열)으로 형성된 것처럼 2014년 전당대회도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의 대결구도로 펼쳐졌다.
여기에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주자들이 저마다 '윤심' 마케팅을 펼치는 것처럼 2014년 전당대회의 최대 화두도 '박심'이었다.
현재 당권주자들 가운데 ‘양강’으로 평가되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 모두 출마선언에서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 하겠다고 강조했다.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권주자였던 서청원, 김무성, 이인제, 김태호 의원 등도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의 의중이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도 두 전당대회가 비슷하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은 ‘윤심’에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친윤계는 물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자 2014년 ‘비박’으로 분류돼 당 주류에 맞선 김무성 의원 상황과 비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나 전 의원이 밀려난 것처럼 김무성 전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가 비박으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주류였던 친박계는 서청원 의원을 당권 후보로 전격 지원했다. 당시 친박 의원들이 서 의원을 향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자 '청와대의 의중'이 담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 전 의원이 당 대표 후보가 된 뒤 진행한 조찬 회동에 친박 핵심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듯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받았다고 평가되는 김기현 의원 선거캠프 개소식에 친윤 의원들이 다수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결정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당과 대통령 사이 역학구도를 봤을 때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 보다 대통령 의중이 좀더 분명하게 반영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당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박계가 특정후보를 지원하기는 했으나 다른 주자들의 당권 도전 자체를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친윤’ 성향이 아닌 당권주자들의 출마를 봉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거방식을 ‘당원투표 100%’로 바꾸자 유승민 전 의원은 출마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또 국민의힘 초선의원 40여 명은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당권주자들이 당과 청와대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 반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윤석열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금기시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당을 흠집 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말라”며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4년 '친박' 당권주자였던 서청원 전 의원마저 출마선언문에서 “당과 청와대의 수평적 긴장관계를 만들어 당이 정치를 이끌어가는 당-정-청 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점과 대비된다.
또 2014년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었으나 현재 국민의힘은 단일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2014년 전당대회에서 뽑은 당 대표는 그 해 7월 ‘미니총선’이라 불릴 정도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었으나 이번 당 대표는 내년 총선 전까지 큰 선거가 없다는 것 역시 다르다.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형성된 ‘친윤’ 대 ‘비윤’ 구도가 이어져 향후 총선 공천 갈등이 심화된다면 지난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모습이 재현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비박’ 김무성 전 의원이 당 대표로 뽑힌 뒤에도 전당대회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고 이는 2016년 ‘옥쇄파동’으로 불리는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공천갈등은 새누리당이 2016년 총선에서 참패한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당장 ‘옥쇄파동’ 당사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공천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26일 ‘마포포럼’에서 김기현 의원을 향해 “총선에서 지역구에 손을 대 죄 없는 동지들의 목을 치면 우리 정치사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며 “깊이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당대표 선출결과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양강’은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인데 김 의원은 ‘친윤’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안 의원은 상대적으로 ‘비윤’ 성향의 당원 지지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나 전 의원이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의 지지도가 직전조사보다 16%포인트 이상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당무 개입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을 전면에 내세운 ‘비박’ 김무성 의원이 ‘친박’ 서청원 전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