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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마(魔)의 산’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공허한 그들만의 별천지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1-16 16: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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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마(魔)의 산’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공허한 그들만의 별천지
▲ 세계경제포럼(WEF)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하는 연례회의인 '다보스포럼'이 16일부터 시작된다. 올해 주요 의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산맥에서 해발 1560미터 드높은 곳에 위치한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의 작은 휴양도시 다보스(Davos).

알프스산맥 내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다보스는 크게 두 가지로 유명하다.

다보스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 한 가지로는 단연 16일(현지시각)부터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가 꼽힌다.

본래 명칭보다 '다보스포럼'으로 더 자주 불리며 다보스라는 도시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로 만든 행사다.

세계경제포럼은 스위스 제네바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낸 학자 클라우스 슈밥이 만든 비영리 재단이다. 1971년부터 유럽경영심포지엄(EMS)라는 이름으로 연례회의를 시작했다.

1981년부터 올해까지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례회의 장소를 이어가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다보스포럼이 됐다.

매년 1월에 열리는 행사지만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1년 한 해는 행사가 취소됐고 2022년에는 일정이 5월로 이동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해는 3년 만에 정상적인 일정으로 진행된다.

다보스포럼은 경제, 정치, 사회 등 다방면에 걸친 세계 각국의 유력 인사들이 모여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놓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자리라는 데서 ‘세계경제올림픽’으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다보스포럼은 처음 만들어진 취지와 달리 오늘날에는 무의미한 ‘부자들의 놀이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의 슈퍼 리치와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모여 각자의 성공을 인정받고 사교하는 모임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의 행동과 논의 주제 사이 괴리는 비판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싣는 요인이다.

그린피스는 13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유럽은 물론 전세계 공동체가 심각한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와중에 부자와 권력층은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보스에 몰려들면서 극도의 공해를 유발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이들은 다보스에서 외부인과 차단된 비공개 회의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논의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다보스를 오가는 개인 제트기 한 대가 평균적으로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양은 자동차 35만 대가 1주일 동안 뿜어내는 온실가스 규모와 맞먹는다.
 
[기자의눈] ‘마(魔)의 산’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공허한 그들만의 별천지
▲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다보스의 모습. 매년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하는 다보스포럼의 장소로 유명해졌다.
특히 빈부격차 문제는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역설적이고 위선적 주제로 꼽힌다. 다보스포럼은 빈부격차 문제를 꾸준히 논의해 오면서 2014년에는 주요 의제로까지 다룬 바 있다. 

올해도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포럼 행사를 앞두고 정례적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위험 리포트’를 통해 앞으로 2년 내 최고 위험으로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생활비를 걱정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에서 빈부격차와 관련해 고상한 논의 이상으로 유의미한 결론이나 실제 행동, 정책변화 등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은 2014년부터 다보스포럼을 향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Tax the rich)’ 외치며 횡재세 도입, 부자 증세 등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1980년대 이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부유층 대상으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마치 고양이들이 모여 쥐를 걱정하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논의를 하는 것처럼 참가자들에게 손해가 되는 주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결론 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오늘날 다보스포럼의 현실은 다보스를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한 가지인 토마스 만(Thomas Mann)의 소설 ‘마(魔)의 산(The Magic Mountain)’과 닮았다.

192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20세기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토마스 만은 폐렴으로 요양하는 아내를 문병하기 위해 3주 정도 다보스에 머무른 적이 있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의 산을 썼다.

마의 산에서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친척의 문병을 위해 토마스 만처럼 3주 일정으로 다보스의 베르크호프 요양원을 찾는다.

베르크호프 요양원은 세계 각지의 부자나 학자 등이 모여 지내는 곳이다. 엄혹한 현실이 지배하는 다보스 아래 세상과는 다른 별천지다.

베르크호프 요양원에서 카스토르프는 병도 얻고 아름다운 여인인 클라우디아 쇼샤 부인에 빠지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7년을 머물게 되고 그동안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상황을 계기로 다시 바깥세상에 나오게 된다.

소설에서 이탈리아인 자유주의 사상가 세템브리니는 주인공 카스토르프에게 ‘이곳은 마의 산’이라며 산을 내려가 현실의 삶을 살라고 충고한다.

카스토르프를 향한 세템브리니의 충고가 ‘부자들 놀이터’로 전락한 다보스 포럼에도 진지한 조언이 될 수 있을까?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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