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추진 지시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은 본점 부산이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려면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아 강 회장이 본점 이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본점 부산 이전을 놓고 국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 회장은 국회의원을 지냈던 정치적 경험을 살려 의원들에게 본점 이전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은행 노동조합도 본점을 이전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에 동조하는 의원들과 연대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강 회장이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1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이끌어 내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 회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동행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강 회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에서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제4조 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는 국민의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 놓았다.
올해 1월에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등 15명이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고친 개정안을 발의했고 6월에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산업은행 본점을 전국 어디에나 둘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 회장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의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정치적 경험을 살려 국회 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강 회장은 민주당 내 부산과 울산, 경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부천을 지역구로 하는 설훈 민주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 "수도권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공공기관이 빠져 나가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 눈으로 본다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라는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산업은행을 부산지역으로 옮기는 것에 이견을 보이는 다른 지역의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 회장은 다른 금융공공기관의 이전을 정부와 조율하는 등 의원 사이나 국회와 정부사이 등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해법을 찾는 방법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은행 노동조합도 정치권과의 연대를 통해 부산 이전에 대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어 강 회장이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마냥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매일 아침 산업은행 로비에서 열고 있는 본점 이전 반대 시위에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참석해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근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공공노련 위원장, 공공연맹 위원장과 함께 당대표 경선을 준비하던 이재명 민주당 의원과 식사를 하면서 금융노조 현안에 대해 설명했고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에 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재명 의원은 박 위원장의 얘기를 경청하면서도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민주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찬반 당론을 정해놓지 않고 있어 민주당 당대표에 오른 이재명 대표의 의지에 따라 당론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산업은행의 이전에 반대하는 뜻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재명 대표도 반대에 동조할 수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1일 성명을 내고 “국회가 산업은행법을 고치지 않고는 본점을 이전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까지 애써 모르는 척 이전을 지시하는 대통령과 이행을 약속하는 산업은행 회장의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며 “산업은행지부 노동자들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막아낼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