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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던 기재부 윤석열정부에서 60조 추경, 나라 곳간 관리 불안하다

김서아 기자 seoa@businesspost.co.kr 2022-05-13 16: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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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도 코로나19 대책도 경제도 국가재정도 사실상 우리는 폐허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위원장이었던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가 엉망이 됐다며 지적했던 말이다.
 
'돈 없다'던 기재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765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정부에서 60조 추경, 나라 곳간 관리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2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그런데 폐허가 됐다는 국가재정에서 한 달만에 갑자기 60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 추가경정예산이 등장했다.

정부 출범 이전까지 갈 것도 없이 최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취임 즉시 병사월급 200만 원 인상’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며 재정 문제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추경 편성안 의결 바로 전날이었다.

올초 문재인 정부의 살림을 맡았던 ‘홍남기 기재부’는 추경을 발표한 2월 당정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14조 원 추경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살림을 책임질 ‘추경호 기재부’는 공식 출범 하루 만에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을 발표했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59조4천억 원 가운데 초과세수가 53조3천억 원이다. 게다가 정부는 초과세수와 지출구조조정 등으로 추가 국채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14조 원 추경도 국채발행을 해야 될 상황이라며 몸을 사리던 기재부가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50조 원이 넘는 추가세수를 내놓은 셈이다.

당연히 기재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진다. 새 정부에 맞춰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 대규모 추가세수를 발생시킨 '분식회계'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야당으로 돌아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부터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가불 추경’이라며 일제히 공세를 폈다.

윤 위원장은 13일 경기 수원시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숫자 꿰맞추기 방식으로 아직 걷히지도 않은 세금을 이용해 추경하려고 한다”며 “국정을 가정으로 운영할 순 없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도 “올해 1월 여야가 30조 원 추경을 요구했을 때 홍남기 당시 부총리는 돈이 없다며 14조 원을 추경 예산안으로 가져왔는데 4개월 만에 기재부가 53조 원 초과세수를 갖고 왔다”며 "초과 세수를 숨겼다가 정권이 바뀌면 내놓기로 한 것이라면 국가를 흔드는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 역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인터뷰에서 “초과세수를 53조 원 잡았다는 건 금년에 걷기로 한 세금을 포함한 세입을 그만큼 더 걷겠다는 얘기다”며 “이 돈을 갑자기 어디서 더 걷겠다는 건지, 어떤 세목에 걷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핵심 요직에는 모두 기재부 출신 인사가 채워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 김병환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총리부터 비서실장, 수석까지 모두 기재부 출신이 맡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외에도 외청장, 다른 부처 차관까지 기재부가 꿰차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모피아 전성시대’라는 말이 다시 고개를 든다.

모피아는 기재부의 전신인 재무부(MOF)의 이니셜과 마피아를 결합한 말이다. 재무부 출신들이 정치나 금융 등의 분야로 진출해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힘이 끈끈한 것이 마피아 조직과 닮았다 해서 생겨난 유서깊은 단어다.

기재부 출신들이 윤석열 내각 수뇌부를 장악하자 기재부는 한 달여 만에 '폐허가 된' 재정에서 수십조 원을 만들어 내는 '내공'을 발휘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재부가 별다른 견제 없이 입맛대로 정책을 펴며 폭주하지 않을까 우려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차리리 2년 연속 큰 폭으로 세수추계가 어긋난 것이 순전히 기재부의 실책이기만을 바라게 된다.

재정이 폐허라던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은 재정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의 말을 기재부 출신이자 경제정책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의 말로 덮어본다.

"대기업들의 작년 이익이나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법인세를 비롯한 근로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올해 세수 실적이 굉장히 좋았다. 세수 추계 수정치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김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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