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5-12 17: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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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하면서 정치권과 시장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김 실장은 11일 늦은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라고 밝혔다.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4월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닌 새로운 산업 인프라로 규정하며, 한국이 반도체·배터리·전력장비·정밀제조 등을 갖춘 '풀스택 제조국가'로서 AI 인프라 시대의 핵심 공급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인프라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과거의 단순 순환 주기를 벗어나 비선형적으로 누적되는 구조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기존 '순환형 수출경제'에서 지속적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기술독점형 경제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특히 김 실장은 이 같은 체제 전환이 가져올 'K자형 양극화'를 막기 위해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며 '국민배당금' 개념을 제안했다. AI 시대의 과실을 특정 기업이 독점하기보다 청년 창업 지원, AI 전환 교육 등에 활용해 사회 전체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코스피는 한때 8천 선에 육박했으나 오전 10시쯤부터 하락해 전날보다 5% 이상 하락한 7400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하락 시점이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제안이 확산된 때와 맞물렸다. 이를 놓고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정책 입안자가 AI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반도체주에 대한 정책 개입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공방은 이념 논쟁으로 번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드디어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며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을 정부가 가져가서 나눠준다면 그게 바로 공산주의 배급경제"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반시장적 메시지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신호를 줬다"며 김 실장의 경질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윤상현·나경원·주진우 의원 등도 "기업 이익에 정부가 개입하려 한다", "북한식 배급제를 연상시킨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을 놓고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