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정상회담장에서 악수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를 대가로 첨단 반도체 장비 반출 허가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중국의 제조 능력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특수’를 누렸는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반도체가 늘면 이런 기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11일(현지시각)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분석기관 가브칼리서치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시행했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오는 14~15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완화하면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양국이 그동안 서로를 겨냥했던 희토류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정책을 맞바꾸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첨단 제조업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를 원한다. 중국 또한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 허용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첨단 노광장비 수출 제한이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네덜란드는 동맹국인 미국과 합의에 따라 미세공정 반도체 제조에 필수 장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는 초정밀 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새기는 일이 불가능하다.
가브칼리서치의 루이-뱅상-가브 최고경영자(CEO)는 “희토류 공급과 ASML 노광장비를 맞바꾸는 거래가 성사돼 중국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 호황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기술 대기업(빅테크)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분기별로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필수 부품인 반도체 제조사로 수혜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보여 이들 공급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전례 없이 강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은 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또한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업체로 거론됐다.
그런데 미중 정상회담이 이런 상황에 제동을 걸어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악재가 반도체주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전해졌다.
전쟁으로 중동 지역에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에 투입할 자금이 축소되고 물가 상승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유동성이 풀려 반도체를 비롯한 분야에 투자가 느는 효과가 생긴다.
가브 CEO는 “정상회담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종 투자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