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의당 안팎에 따르면 심상정 후보가 전날 일정중단을 선언한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자택에 머물며 '숙고'에 들어갔다.
심 후보의 부재에 정의당은 혼란한 상황이 지속됐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이날 심 의원실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여 대표는 심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연락이 안 돼 답답한 상황"이라며 "혹시나 의원실은 후보와 소통이 되고 있는지 파악하러 왔으나 의원실도 후보의 전화가 꺼있어 소통이 안되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은 전날 밤 심 후보가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정 중단의 배경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심 후보의 고심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지지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원내 의석이 6석으로 제3당이지만 심 후보 지지율은 의석수가 절반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도 크게 뒤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어 15%를 넘기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는 반면 심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선 2~3%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3%로 집계됐다.
한길리서치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2.2%였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3.2%)보다도 1.0%포인트 낮은 수치다.
2017년 19대 대선 때 심 후보의 득표율(6.17%)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지지율이 득표율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심 후보로선 지지율 정체국면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심 후보는 10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요즘 안철수 후보가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 후보의 칩거와 함께 정의당은 이날 선대위 주요 보직자들의 총사퇴를 결의했다. 선대위 개편 등 심 후보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현재 선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심 후보가 숙고 끝에 지지율 반등을 이뤄낼 묘수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심 후보의 지지율 답보는 정의당의 정체성 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인사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에 '비판적'으로 협력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선임을 두둔하면서 정의당을 향한 지지자들의 믿음을 잃어버렸다. 노동자와 약자, 소수자들을 대변한다는 정의당의 정체성에 흠집이 난 것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선 박 전 시장 조문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여기에 심 후보가 야심차게 추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21대 총선 때 정의당의 원내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례대표 1순위와 2순위로 선정됐던 류호정 장혜영 의원은 '심상정 키즈'로 분류되면서 당시 당 대표를 맡았던 심 후보가 당을 사당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고 노회찬 전 의원과 심 후보 이외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지역구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세대교체를 내걸며 나선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하면서 당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심 후보의 인물 경쟁력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도 있다.
심 후보가 정의당의 20대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정의당 안팎에선 '또 심상정' 이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심 후보는 이번에 4번째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새로운 인물론을 내세우며 지난해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심 후보에 2.24%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