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진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두 회사에 대해 채권단을 통해 자구계획을 받기로 했다.
겉으로는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두 회사가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정부가 채권단을 통해 ‘조선업 새판짜기’를 유도할 뜻을 분명히 한 만큼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강도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채권단 통해 압박
임종룡 금융위원장 26일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채권단을 통해 자구계획을 받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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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에 우선 집중하는 한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채권단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이제부터는 주채권은행 주도의 관리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조선업종의 인력감축 등을 포함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판을 깔아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 위원장은 조선3사 합병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대주주가 있는 기업의 통폐합이나 빅딜 추진은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정부와 채권단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선3사가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추진하되 채권단을 통해 감시와 감독,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날 밝힌 조선업 구조조정 방침에서 조선3사에 대한 기류 차이도 감지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고강도 구조조정 추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 자구계획에 무엇을 담을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6조175억 원, 삼성중공업 3조607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차입금 비중이 높다. 민간은행 중에는 KEB하나은행이 현대중공업에 2조3496억 원, 삼성중공업에 8300억 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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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26일 정부 발표와 관련해 정부 주도의 합병 등 인위적 구조조정 방안이 제외된 데 대해 일단 안도하면서도 이미 세워둔 자구계획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앞으로 채권단 및 주채권은행과 협의해 추가 자구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정부에서 내놓은 방안이 채권단에게 지침을 준 것이기 때문에 구체화된 내용이 회사에 전달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주채권은행의 요구안이 나오는 대로 자구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는 추가 인원감축과 자산매각 등이 요구될 것으로 파악한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지난해까지 대규모 감원을 실시했다. 삼성중공업도 상시적으로 인력 감축작업을 벌여왔다.
삼성중공업은 노조가 없지만 현대중공업은 인력 감축이나 사업부 재편 등을 추진할 때마다 강성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왔다. 정부와 채권단의 구조조정 압박카드를 내세워 앞으로 현대중공업이 노조와 관계에서 우위에 서게 될 가능성도 높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주가는 이날 ‘정부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걷히자 반등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일보다 3.21%(3500원) 오른 11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중공업도 0.93%(100원)가 올라 1만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