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의 입이 바싹 마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해 거액의 과징금 추징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추산대로 과징금 규모가 1조원에 이르면 현대건설은 수천억원대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다.
추가 조사로 천억원대 ‘과징금’ 불가피
최근 공정위는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대형 턴키공사(설계부터 시공까지 건설사가 책임)에 대해 대대적인 입찰 담합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2차 턴키사업 외에 부산도시철도, 대구도시철도, 경인아라뱃길 사업 등이 조사 대상으로 적게는 7~8개에서 많게는 10여개의 공사 현장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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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정 사장이 추가 조사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까닭은 추가 조사 대상이 된 공사 현장 대다수에 현대건설이 관여됐기 때문이다. MB정부 당시 현대건설은 4대강 1차 턴키공사는 물론 경인아라뱃길 사업 중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됐던 인천터미널 구간, 대구도시철도 4공구 등 굵직한 공공공사의 대부분에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 규모에 비춰 과징금 규모가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거의 모든 사업의 핵심 공사를 맡았던 현대건설은 최대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이미 2012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4대강 보(洑) 건설을 위한 1차 턴키공사와 인천 도시철도 2호선 공사의 입찰 과정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각각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공사 현장과 관련해 현대건설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360억원 가량으로 전체 과징금 액수(2400억원)의 16%다.
대규모 공공공사 입찰 통로 닫힐라
정 사장의 걱정은 과징금에 그치지 않는다. 공사 수주 자체가 막히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돼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일정기간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공공사 입찰에 대한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2008년 상반기와 2009년 상반기 현대건설의 공공공사 수주액은 각각 1조원과 1조5382억원에 달했다. MB정부의 특혜를 차치하더라도 공사 수주 부분이 아예 막히게 되면 현대건설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10월 4대강 사업의 발주처인 조달청과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4대강 사업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현대건설 등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하고 15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을 금지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부정당업체 지정을 금지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일단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부정당업체 지정은 보류됐으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부정당업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닙니다”...기업이미지 챙겨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남긴 기업이미지를 바꿔야 하는 것도 정 사장에게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지난 13일 검찰은 4대강 사업 공사 입찰 과정에서 입찰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검찰의 이번 구형으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현대건설에 따라붙던 ‘불법·부정’의 이미지는 한층 강화됐다.
이에 정 사장은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한 개별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정 사장은 드라마 PD와 작가들을 만나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TV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건설업체가 ‘조폭’과 결탁하거나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매출과도 무관치 않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이 갑자기 드라마나 영화 내용이 신경쓰였을 리 있겠냐”며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부정적인 소식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라도 긍정적으로 잘 봐달라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