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02-15 17: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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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약 18조 원의 투자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쿠팡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지금이 미국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올해 상반기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SGB비전펀드가 최대 수혜자가 된다.
SGB비전펀드는 2015년과 2018년 2차례에 걸쳐 27억 달러(약 3조3천억 억)를 투자해 현재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LLC 지분 38%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0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SGB비전펀드가 보유한 쿠팡 지분가치는 약 21조 원으로 6년 만에 7배에 가까운 수익을 내게 된다.
손 회장은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3분기 쿠팡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SGB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슬랙, 위워크는 모두 고전하고 있고 스타트업 브랜드리스는 폐업했다. 이 때문에 쿠팡에 더 지원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손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800억 달러(약 88조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와 합병한 T모바일 지분 200억 달러어치를 팔았고 약 13조2700억 원 규모의 중국 알리바바 주식도 처분했다. 또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홀딩스를 미국 엔비디아에 최대 400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손 회장이 쿠팡 지분 일부를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 회장은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을 때 32.4%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그 뒤 알리바바의 주가가 오르자 조금씩 지분을 매각했고 현재는 알리바바 지분 25.11%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은 손 회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쿠팡은 2020년 매출 13조2500억 원, 순손실 5257억 원을 냈다. 2019년보다 매출은 91% 증가했고 순손실 규모도 2200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쿠팡의 실적 개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쇼핑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미국 증시의 활황으로 기업공개(IPO)시장의 투자 열기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손 회장이 투자금을 회수할 적기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은 지금 쿠팡의 몸값이 다시 오지 않을 최정점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며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상장한 것도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기 위한 손 회장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쿠팡의 누적 순손실이 4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 알리바바 등 이커머스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한 외형확대로 성공한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이커머스업체의 적자에 관대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미 지난해 미국 최대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와 중국 부동산중계 플랫폼기업 KE홀딩스를 상장했다. 도어대시는 지난해 12월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86% 급등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에도 SGB비전펀드 투자기업 가운데 쿠팡, 디디, 바이트댄스 등 다수 기업이 상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추가 매각을 통한 이익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도어대시, 우버, 오픈도어 등 현재 SGB비전펀드에 포함된 상장사들도 상승여력이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