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앞세워 현대차의 수익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E-GMP를 활용한 첫 전기차가 나오는 내년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시대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만큼 시장에서 E-GMP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장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장 사장이 내년 이사회를 거쳐 3월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르면 현재
정의선 회장과 하언태 사장의 2인 각자대표체제에서 3인 각자대표체제로 바뀐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현대차의 수익성 더욱 높이는 일이 장 사장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하언태 사장은 노무 전문가로 기존대로 국내 생산 효율성 강화 등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5’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전기차를 시작으로 매년 E-GMP를 활용한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테슬라나 폴크스바겐 등과 비교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활용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사장이 내년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향후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E-GMP를 활용한 전기차가 시장에 안착하면 현대차는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E-GMP 설계 단계부터 모듈화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E-GMP는 부품 감소, 재료비 절감 등을 통해 현대차의 원가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라며 “E-GMP는 출시 뒤 일정 수준의 물량이 확보되면 2025년까지 현대차는 이익 규모가 20%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수익성 관리 등은 애초 이원희 사장 몫이었는데 이 사장이 최근 대표이사에서 내려오면서 장 사장의 역할이 확대됐다.
이원희 사장은 10일 진행한 현대차 CEO인베스터데이에서 2022년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로 5.5%를 제시하며 1년 전보다 1.5%포인트 낮췄지만 2025년 목표 8%는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차는 당시 2025년 전기차 판매를 56만 대까지 늘릴 계획을 밝혔다. 2021년 목표인 16만 대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현대차가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합쳐 판매한 차량 440만 대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2025년이면 전기차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장 사장이 영업이익률 8%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경쟁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서비스 솔루션업체로 전환 등을 위해 내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51조4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는데 투자재원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
내년 E-GMP를 활용한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전기차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장 사장 개인적으로도 중요할 수 있다.
장 사장은 2018년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체제가 본격 출범한 뒤 역할이 커지고 있는 대표적 인물로 그동안
정의선 회장에게 부여받은 주요 과제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말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 자율복장 도입, 임직원 직급체계 개편 등을 이끌었고 2019년 말 국내사업본부장을 겸임해서는 2020년 코로나19 속에서도 신차를 앞세워 국내판매를 오히려 크게 늘렸다.
올해 8월에는 제네시스사업부장까지 맡았는데 제네시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중형SUV GV70을 안정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확대의 기반을 다졌다.
정의선 회장은 2021년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시대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는데 연말인사에서 변화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의 운전대를 장 사장에게 맡겼다.
장 사장이 다시 한 번
정의선 회장에게 부여받은 과제를 잘 해결한다면 그룹 내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다질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재훈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고 경영지원본부를 맡아 조직문화 혁신을 주도했다”며 “현대차 대표를 맡아 지속적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