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준 SKE&S 대표이사 사장이 4번째 대표이사 임기를 맞을 수 있을까?
유 사장체제에서 SKE&S는 사업 다각화와 실적, 지주사 SK를 향한 기여도를 모두 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유 사장을 향한 신임도 각별한 만큼 유 사장의 연임에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SK그룹에 따르면 유 사장은 SKE&S 대표이사 임기가 2021년 3월31일 끝난다. 2013년 1월부터 8년째 SKE&S를 이끌고 있으며 한 번 더 연임한다면 4번째 임기, 11년을 채울 수 있다.
유 사장의 거취는 연말 임원인사에서 결정된다.
에너지업계에서나 재계에서나 유 사장이 무난하게 연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SKE&S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 유 사장의 공로가 컸다”며 “SKE&S가 신재생에너지에서 또 한 번의 성장기회를 앞둔 만큼 유 사장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SKE&S의 에너지사업 포트폴리오를 도시가스와 집단에너지 등 기존 발전원에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로 다각화하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SKE&S가 운영하고 있거나 개발하고 있는 200MW가량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가운데 유 사장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은 900kW급의 함안 태양광발전소와 3MW급의 창원1 태양광발전소뿐이다.
앞서 9월 SKE&S는 새만금개발청이 진행하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발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2023년 구축될 새만금 산업단지에 공급할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200MW 규모의 수상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수주를 확정한다면 SKE&S는 국내 최대의 수상 태양광회사로 발돋움한다.
유 사장은 SK그룹에서도 손꼽히는 해외 전문가다. 그의 첫 대표이사 경력도 SK그룹이 2006년 해외사업 총괄본부의 개념으로 싱가포르에 설립한 ‘SKI’에서였다.
이런 해외사업 역량을 살려 SKE&S의 해외자원사업 투자를 기존의 싱가포르 LNG(액화천연가스)트레이딩에서 미국과 인도네시아의 가스전 개발계획 투자로 확대하기도 했다.
특히 유 사장이 SKE&S 대표이사에 오른 직후부터 설립을 주도했던 SKE&S아메리카스는 이제 SKE&S가 미국 셰일에너지와 관련한 투자를 위해 현지에 설립한 투자법인들을 지휘하는 현지 지주회사격으로 성장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 사장은 SKE&S 영업이익을 2천억~3천억 원대에서 5천억 원대로 키워냈다.
SK그룹에서 SKE&S가 지니는 중요성과 유 사장을 향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뢰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SKE&S는 지주사 SK가 직접 거느린 비상장 자회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며 그만큼 많은 배당을 하는 회사다. SK가 투자형 지주사의 간판을 내거는 데 기여도가 높다.
SKE&S는 연결기준 순이익을 2018년 4124억 원, 2019년 6148억 원 냈는데 2018년 6715억 원, 2019년 7300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가능하도록 하는 유 사장의 재무능력을 최 회장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유 사장을 향한 최 회장의 신임은 이런 사업적 역량에만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다.
유 사장은 SK그룹이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영국계 펀드회사 소버린자산운용(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등 내우외환에 직면했을 때 위기상황을 풀어내는 데 기여했다.
당시 유 사장은 SK의 최고 재무책임자(CFO)로 채권단과 출자전환을 둘러싼 협상을 마무리하고 소버린 사태와 관련한 SK의 대외 소통창구 역할도 직접 맡아 주주총회에서 열린 표 대결에서 소버린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의 아들 최인근씨가 앞서 9월 SKE&S 전략기획팀에 입사한 것도 ‘
유정준에게 배우고 오라’는 최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유 사장은 1962년 태어나 나이도 많지 않다. SKE&S를 3년 더 이끌기에 부담이 적다.
물론 유 사장의 사업실적과 오너의 신임 등 요소를 고려하면 오히려 유 사장이 더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게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임원인사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