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다.
정부의 주요 정책 가운데 상당수가 공기업을 통해 구체화하는 만큼 국정감사는 공기업에게도 주요 현안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개선할 사항을 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주요 공기업 사장들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정치공세를 차분히 방어하면서도 주요 정책 현안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국정감사는 공기업 사장에게는 정책현안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현안을 끌고갈 힘을 얻을 수 있게도 하는 중요한 행사다.
공기업 사장들의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전 사장의 해임을 둘러싼 공방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본환 전 사장이 애초 태도를 바꿔 국정감사에 불출석하기로 해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국회 국정감사 불출석 통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조직적으로 국정감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 전 사장의 국감 불출석은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을 은폐하고 국민과 청년에게 맞서는 일"이라며 "여당은 사태 은폐와 국감방해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태풍 부실대응과 행적 허위보고, 직원 인사운영의 공정성 훼손 등을 이유로 구 전 사장의 해임을 추진했다. 기획재정부 아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9월24일 해임을 의결했고 나흘 뒤 같은 달 28일 최종 결정됐다.
야당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거센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올해 말까지 완료하겠다는 애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정치적 책임을 구 전 사장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구본환 전 사장 문제 말고도 국정감사 현안이 많다.
2차 입찰에 올렸던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면세사업권 6곳이 전부 유찰되는 초유의 상황, 인천공항에 항공기 유지보수(MRO)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을 놓고 야당의 질타와 여야 사이에 공방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수자원공사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를 놓고 유독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2월 취임 이후 첫 국정감사 인데다 홍수 피해 책임론으로 거센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무주와 경남 합천 등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수자원공사가 올해 발생한 홍수 피해에 보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의 뭇매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수자원공사가 홍수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점이 있는 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 피해지역들의 지속적 문제제기에도 박 사장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8월12일 홍수 피해를 입은 4개지역 군수들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국가 차원에서 정밀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재라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4대강 보 처리를 두고 환경노동위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수질과 보 개방 등을 두고 환경부 및 수자원공사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낙동강 등의 수질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쉽지 않은 국정감사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한수원의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와 원전 안전문제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를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에서는 월정원전 1호기 조기폐쇄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정책에 따라 추진됐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월성원전 1호기가 졸속으로 폐쇄되면서 국가 경제와 전기요금 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과 폐쇄 결정을 내린 이사회 회의록이 조작됐다는 내용으로 공세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월성원전 1호기와 관련해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월성원전 1호기는 잔고장이 많고 노후화돼 비용을 끌어 올린다”며 조기폐쇄 결정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이번 한수원 국정감사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원전이 자동정지된 원인과 재발 방지대책도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3일 부산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고리원전의 원자로 4기의 운전이 정지됐고 9월7일에는 태풍 하이선 때문에 월성원전의 원자로 2기의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됐다.
정 사장은 태풍에 따른 원전 중단사태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예산이 들더라도 고장이 발생한 관련 설비를 지중화 내지 가스관로에 넣어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전력
한국전력이 하반기 내놓을 계획인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한전공대 특별법 문제가 올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한전공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벌일 공방 한 가운데에 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전력생산 추가비용 부담을 눌려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부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러 특례조항을 담은 한전공대 특별법과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전공대 재원으로 사용하는 문제에도 거부감이 크다. 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한전공대 설립이 한국전력의 재무 건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이에 김 사장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이 정부의 탈원전정책과는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한전공대의 원활한 설립 진행을 위해 야당인 국민의힘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철도공사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험난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손 사장은 잦은 안전사고에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도 안전관리 전반에 힘을 쏟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비판과 추궁을 당할 공산이 크다.
한국철도에서는 올해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역을 비롯해 노동자가 크게 다치거나 열차 운행에 지장이 발생한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한국철도가 발주한 공사에서도 해마다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소관 발주공사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 한국철도가 발주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2017년에는 2명, 2018년과 2019년, 2020년 9월까지는 해마다 각각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손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안전관리에 힘을 쏟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한국철도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 요구도 국정감사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만 6천억 원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8월부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철도는 올해 말까지 영업손실 1조 원가량을 낼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한국석유공사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쉽지 않은 국회 국정감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천%가 넘는 부채비율을 줄일 방안을 내놓기도 버거운 데 해상에서 기름 유출사고까지 발생해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질타가 이어질 수 있다.
9월11일 울산 울주군 앞바다에 자리한 석유공사의 해상 원유이송시설에서 최근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한 안전관리 문제가 올해 석유공사 국정감사의 가장 큰 현안으로 꼽힌다.
유출된 기름은 울주군 강양과 진하, 부산 기장군의 칠암, 문중, 동백, 학리, 월전 등 해안가 7곳으로 퍼졌다.
이에 피해지역 어민들은 추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사고가 발생해 해산물을 채취하지 못하게 됐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지역 주민의 주장을 내세워 국정감사장에서 석유공사의 안전관리를 문제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잠식에 빠진 석유공사의 경영 정상화대책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양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올해 석유공사의 실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공언과 달리 올해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석유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석유공사의 실적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2020~2024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올해 부채총계는 20조4천억 원이지만 자산은 19조9천억 원으로 5천억 원가량 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