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코스피 지수 하락이 미국 증시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업황에 두 시장이 모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연관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월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코스피 지수 하락은 미국 증시에도 조정을 예고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외 증권가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스피 시장이 사실상 반도체 지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다 한국과 미국은 인공지능(AI) 투자 위축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 등 악재에 함께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미국과 한국 기술주가 이제 긴밀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에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빅테크와 반도체 등 기술주가 중심인 미국 증시와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모두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 업황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퓨처럼그룹의 롤프 벌크 연구원은 CNBC에 “코스피 시장은 사실상 반도체 지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현재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시장 상황을 뚜렷하게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CNBC는 결국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흐름을 보고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의 동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을 좌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램, 낸드플래시 업황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의 투자 흐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투자기관 피보나치자산운용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 변화에 시장의 반응을 가장 먼저 반영하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CNBC에 전했다.
반대로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중심인 나스닥 지수의 변화가 다음날 한국 증시의 흐름을 미리 예고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CNBC는 한국과 미국 증시의 연관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에 리스크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한국 상장사와 미국 기업 주식에 모두 투자하는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 ▲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반도체 기반 서버 제품. <엔비디아> |
한국과 미국 증시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비롯한 위험 요인에 함께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CNBC는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27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470% 가까운 주가 상승폭을 보이며 마감한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었다.
곧 미국 엔비디아와 AMD 주가가 각각 하루만에 5% 가까이, 마이크론 주가가 2.3% 떨어져 장을 마치는 등 충격이 번졌고 한국 증시도 급격한 조정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의 순환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점도 미국과 한국 증시에 모두 타격을 입힌 원인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인공지능 반도체 구매와 데이터센터 임차에 필요한 대출 보증과 자금을 모두 6천억 달러(약 878조 원) 규모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러한 형태의 투자를 늘리면 인공지능 시장 성장세가 위축되거나 일부 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리스크가 업계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모두 이러한 변수에도 취약한 상황에 놓이면서 더욱 높은 연관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주가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가 늘어난 점도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레버리지 ETF 특성상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하락폭을 키우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증권사 JP모간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증시에 여전히 긍정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JP모간은 한국 증시가 인공지능 산업의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레버리지 ETF 출시에 따른 변동성을 이겨내고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기적 성향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서 이탈한다면 장기적으로 증시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예측도 이어졌다.
다만 JP모간은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당분간은 증시 변동성을 더 키울 수밖에 없어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주가가 회복할 때까지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