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태원 DI동일 대표이사 회장(맨앞줄 가운데)이 2026년 7월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년 섬유패션업계 CEO 포럼'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
△“우린 주가조작 피해기업” 강조, 수사기관 조사에 협조 의사 밝혀
서태원은 DI동일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회사가 외부 시세조종 세력의 피해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수사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태원은 2026년 5월28일 DI동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최근 진행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과거 당사 주가를 임의로 조종하려 했던 외부 세력의 불법 행위와 관련된 것”이라며 “당사는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태원은 “이번 조사는 해당 외부 사건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절차”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한 의혹이 신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수사기관 조사에 성실하고 투명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같은 날 DI동일과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26년 3월 제5차 정례회의에서 종합병원 운영자와 대형학원 운영자, 자산운용사 임원, 증권사 지점장 등 개인 11명과 법인 4곳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당국은 이들에게 부당이득의 최대 두 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침도 함께 의결했다.
검찰은 이후 2026년 6월19일 KB증권과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을 추가 압수수색하며 증권사 관계자와 시세조종 세력 사이의 통정매매와 허수주문, 투자보고서 작성 과정에서의 공모 여부 등을 수사했다.
이어 6월26일에는 대형학원 운영자 김모씨와 전직 DI동일 임원 정모씨, DI동일 소액주주연합 대표를 자처한 신모씨, 종합병원장 장모씨 등 4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7월1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영장청구서에 적시된 6만5168회의 시세조종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어느 조항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특정되지 않아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압수물 선별 절차의 적법성을 둘러싼 준항고 사건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DI동일은 회사 차원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회사는 시세조종 세력에 포섭된 전직 임원의 행위를 개인적 일탈로 보고 해당 임원을 직무에서 배제했으며, 자기주식 신탁 운용과 내부통제 절차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전직 DI동일 임원이 시세조종 세력에 내부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 회사 내부자의 관여 범위와 내부통제의 적정성은 여전히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보완해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2026년 7월 현재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국내 1위 알루미늄박, LFP·ESS 앞세워 '제2의 성장' 노려
서태원은 국내 1위인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제2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DI동일은 2026년 2월 청주공장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 생산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1108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은 양극 집전체 표면에 탄소층을 입혀 전도성과 내구성을 높인 소재다. 충·방전 과정에서 전기저항과 발열을 줄여 충전 속도와 배터리 수명 향상에 기여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FP 배터리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중심으로 채택을 넓히면서 관련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DI동일은 LFP용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을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육성해 2031년까지 판매량을 2027년 대비 10배 이상인 2만500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투자에 앞서 생산능력 확대도 진행되고 있다.
청주공장은 2023년 충북도·청주시와 맺은 2200억 원 규모 투자협약에 따라 청주 하이테크밸리 5만3554㎡ 부지에 건설 중인 2차전지 전용 공장으로, 2026년 안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의 배경에는 기존 알루미늄박 사업이 있다.
DI동일은 알루미늄 스트립을 압연해 2차전지 양극집전체용 박 등을 만드는 중간 소재 업체로, 국내 배터리 3사에 알루미늄박을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용 양극박 외에 냉동공조용 후박과 포장재용 박박도 생산한다. 국내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시장에서는 삼아알미늄, 롯데알미늄, 동원시스템즈 등과 경쟁하고 있다.
△동일알루미늄 흡수합병으로 ‘2차전지 소재 회사’ 전환
서태원은 DI동일의 미래 성장축으로 2차전지 소재사업을 낙점하고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DI동일은 2025년 4월 이사회를 열고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제조 자회사인 동일알루미늄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달 29일 합병계약을 체결한 뒤 주주 반대의사 통지와 채권자 보호 절차 등을 거쳐 8월1일 합병을 완료했고 8월6일 합병등기를 마쳤다.
회사는 합병 목적을 투자 역량 일원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로 설명했다.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시장 확대에 대응해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 의사결정을 본사 중심으로 통합하기 위한 조치였다.
서태원은 합병 결정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동일알루미늄을 개별 상장하면 자금 조달에서 유리하겠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선 경영 프로세스 효율화가 필요했다”며 “핵심 사업을 모회사가 직접 경영해 더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자회사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한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성장성이 높은 알루미늄 사업의 성과를 DI동일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줄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합병으로 DI동일은 기존 섬유소재 중심의 사업구조를 섬유소재와 알루미늄의 양대 축으로 재편했다. 1989년 설립된 동일알루미늄 법인은 소멸했지만 생산과 연구개발 조직은 알루미늄부문으로 편입돼 운영되고 있다.
조직 통합에 이어 인사도 뒤따랐다. 서태원은 2026년 3월 동일알루미늄 대표를 지낸 박찬규 부사장을 DI동일 각자대표이사로 영입했다. 박 부사장은 알루미늄박 사업을 이끌어온 실무형 경영인으로, 첨단 소재사업 비중을 확대하려는 서태원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자사주 전량 소각과 배당으로 ‘밸류업’ 실행
서태원 체제에서 DI동일은 자사주 전량 소각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해 왔다.
DI동일은 2026년 3월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 사업연도에 대해 1주당 현금배당 100원과 5% 주식배당(1주당 0.05주)을 승인했다.
현금배당 총액은 약 19억7천만 원이며 주식배당으로 보통주 98만6341주가 새로 발행됐다. 회사는 “주식배당은 단기적 주가 부양을 넘어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배당은 1년 전 내놓은 계획의 연장선에 있다. DI동일은 2025년 3월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 공시)을 발표하고 유휴부지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 사업 중심의 구조 재편,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지속을 약속했다. 주주가 배당 규모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2027년까지 개선하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주주환원의 실행은 계획 발표 전부터 진행돼 온 자사주 소각에서 이미 시작됐다. DI동일은 2023년 11월 130만 주 소각을 시작으로 2024년 11월 378만2350주, 2025년 1월 206만2503주를 소각했고, 300억 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으로 추가 매입한 61만8569주도 2025년 6월 소각했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는 2024년 초 2473만 주에서 2026년 1분기 말 2071만 주로 약 16% 줄었다.
△2026년 1분기 흑자 전환, 본업 회복ㆍ배터리 소재사업 실적 반등 이끌어
DI동일은 2026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698억 원, 영업이익 7억 원, 순이익 28억 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익과 순손익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졌지만 본업인 섬유소재 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알루미늄 사업 회복세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했다.
사업별로는 섬유소재 부문 매출이 약 8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판가 인상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알루미늄 부문도 전분기보다 큰 폭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알루미늄 소재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플랜트·환경 등 기타 사업 역시 매출이 늘고 적자 폭이 축소되며 전반적인 수익성 회복에 힘을 보탰다.
다만 재무 부담은 다소 커졌다. 2026년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0%, 차입금비율은 82%, 순차입금비율은 70%로 2025년 말보다 모두 상승했다.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DI동일은 2026년 LFP 배터리용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 생산을 위해 모두 1108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2031년까지 관련 제품 판매량을 2027년 대비 10배 이상인 2만500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앞서 2025년에는 글로벌 섬유산업과 2차전지 산업의 동반 침체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2025년 연결기준 매출은 6013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500억 원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3억 원 줄었다. 순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의류 수요 둔화와 원면 가격 하락으로 섬유사업 수익성이 악화됐고,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양극박 수요가 줄면서 알루미늄 사업도 부진했다. 환경설비 투자 감소로 플랜트·환경 부문 실적도 위축됐다.
사업부문별로는 섬유소재 부문이 매출 감소와 원가 부담으로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알루미늄 부문도 전기차 시장 둔화와 국제 알루미늄 가격(LME)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플랜트·환경, 가구, 화장품 등 나머지 사업 역시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DI동일은 이러한 실적 부진 속에서도 2025년 8월 자회사 동일알루미늄을 흡수합병하며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2차전지 소재사업 투자와 의사결정을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2026년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회복의 시작 단계로 평가된다. 향후 실적은 LFP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사업 확대와 글로벌 섬유 수요 회복 여부, 대규모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환경플랜트, 2025년 적자 딛고 실적 회복 노려
서태원은 반도체 환경플랜트 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해 DI동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려 하고 있다.
DI동일의 환경플랜트·복합소재 부문은 동일씨앤이와 플라즈마텍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와 매연을 처리하는 플라즈마 장비, 전기집진설비, 기체여과기와 환경오염방지시설 등을 공급한다.
이 부문은 2025년 그룹 실적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설비투자 지연으로 수주와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환경플랜트 자회사들이 영업손실을 냈다. 동일알루미늄 합병 관련 비용과 함께 DI동일의 영업적자 전환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됐다.
2026년에는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 재개에 따라 실적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2026년 4월27일 보고서에서 플라즈마텍이 삼성전자 평택공장과 SK하이닉스에 설비 공급을 재개하면서 매출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고객사를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까지 넓힌 점도 긍정적이다. 특정 고객사의 투자 일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양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에 함께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
환경플랜트 사업은 알루미늄박처럼 대규모 증설이 필요한 성장사업은 아니지만 반도체 공정 고도화와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지속적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실적이 전방산업의 투자 사이클에 민감하다는 약점도 확인됐다.
서태원으로서는 2026~2027년 수주 회복을 실제 흑자 전환으로 연결해 환경플랜트 부문을 그룹 실적의 부담에서 보조 수익축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패션사업 ‘선택과 집중’, 동일라코스테를 그룹 현금창출원으로 키워
서태원은 패션사업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수년간 적자를 이어온 의류사업을 정리하고 안정적 수익을 내는 동일라코스테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그룹의 현금창출 기반을 강화했다.
동일라코스테는 2000년 당시 라코스테 의류의 글로벌 생산·판매권자인 프랑스 드방레와 함께 50대 50의 지분율로 세운 합작법인이다.
한국 라코스테 사업은 1980년대부터 서광이 라이선스로 운영해 왔으나 1990년대 말 서광 부도로 중단됐고, 드방레는 새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섬유·의류 생산 역량을 갖춘 DI동일과 손잡았다.
본진 라코스테의 지배구조도 그 사이 바뀌었다. 드방레 그룹은 1998년 스위스 유통그룹 모스 프레르(Maus Frères)에 매각됐고, 2012년 창업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라코스테 그룹 지분 대부분이 모스 프레르로 넘어갔다.
현재 라코스테 브랜드는 스위스 MF브랜즈그룹 체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동일라코스테는 이 체제 아래 한국 사업을 맡고 있다. DI동일은 지분 약 50%를 보유하며 동일라코스테를 지분법 적용 대상 공동기업으로 두고 있다.
동일라코스테는 피케 셔츠를 비롯 캐주얼 의류와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백화점과 대리점,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DI동일은 지분법이익과 배당을 통해 지속적인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실적도 그룹 내 패션 계열사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다.
동일라코스테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매출 3천억 원 안팎과 순이익 200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 2023년에는 매출 2995억 원, 순이익 199억 원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DI동일은 68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2026년 1분기에도 828억 원의 매출과 50억 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며 그룹의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 기여했다.
동일라코스테의 존재는 경기 변동에 따른 실적 완충 역할도 하고 있다. 섬유소재와 알루미늄 사업은 원면 가격과 금속 가격, 전기차 시장 등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동일라코스테는 브랜드 사업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며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동일그룹의 또 다른 패션 축이었던 동일레나운은 다른 길을 걸었다. 동일레나운은 1981년 동일방직이 화신레나운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뒤 아놀드파머와 까르뜨블랑슈 등 브랜드를 앞세워 성장했지만, 2010년대 들어 브랜드 정체성 약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 골프웨어 경쟁 심화 등으로 장기간 부진을 겪었다.
일본 레나운과의 합작이 종료된 뒤 2015년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됐지만 수익성 회복에는 실패했다. 결국 동일방직은 2018년 디아이알(옛 동일레나운)을 흡수합병하며 패션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후 DI동일은 다수 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식 대신 경쟁력을 입증한 라코스테 중심으로 사업 집중도를 높였다.
△재경·구매·패션 거친 ‘경영수업’ 3세 승계 기반 다져
서태원은 창업주 서정익 회장의 손자이자
서민석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동일그룹 3세 경영을 이끌 후계자로 낙점돼 일찍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8년 동일방직에 입사한 뒤 재경과 구매, 경영전략 등 핵심 관리부서를 차례로 거치며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입사 초기부터 경영관리팀장과 구매·수출 담당 임원 등을 맡아 재무와 원가관리, 조달 업무를 경험했고, 2010년에는 경영전략실 총괄 상무로 승진해 그룹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도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섬유뿐 아니라 알루미늄과 패션 등 여러 사업부를 아우르는 전략 기능을 수행하며 후계자로서 경영 역량을 쌓아갔다.
현장에서의 경험도 쌓았다. 2012년부터 계열사 동일레나운 임원을 겸직하며 패션 브랜드 운영과 유통사업을 경험했고, 2013년에는 동일레나운 경영전략실 전무를 맡아 브랜드 사업 전략을 총괄했다. 이후 디아이알과 의류사업 분할법인인 디아이플로에서도 근무하며 그룹의 의류사업 운영에 참여했다.
2016년에는 가구·리빙 유통 계열사 디아이비즈 대표를 맡아 소비재 사업까지 경험의 폭을 확대했다. 섬유 제조를 넘어 패션과 유통, 소비재 분야까지 경영 경험을 두루 넓히면서 그룹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해하고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체 그룹의 사업구도를 그려낼 기반을 마련했다.
2017년 동일방직 사내이사에 선임된 뒤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입사 10여 년 만에 핵심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동일그룹의 3세 승계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9년에는 회사가 동일방직에서 DI동일로 사명을 변경하는 시점에 맞춰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서민석 회장이 40여 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쪽으로 옮기면서 경영 전면에 3세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표 취임 이후에는 섬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알루미늄과 2차전지 소재, 환경플랜트, 패션, 가구 등으로 확대하는 사업 재편을 추진했다. 전문경영인인 손재선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해 서태원은 전략과 신사업을, 손 대표는 생산과 경영관리를 맡는 역할 분담 체계를 운영했다.
△정헌재단 중심 지배구조 유지, 외부 주주 부상은 변수
DI동일의 최대주주는 공익법인인 정헌재단이다.
부친인
서민석 DI동일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헌재단은 1979년 장학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현재는 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2026년 7월1일 기준 정헌재단은 DI동일 지분 13.00%(269만3066주)를 보유하고 있다.
서민석 명예회장은 DI동일 지분의 8.43%, 서태원은 2.07%를 들고 있으며 서태원의 어머니 여경주씨, 동생 서희원씨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모두 25.47%다.
서태원의 개인 지분은 2.07%로 높지 않지만 정헌재단과 오너 일가의 지분이 결집돼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다. 2026년 3월에는 주식배당으로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나며 지분도 소폭 증가했다.
다만 최근에는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동양주택개발과 특별관계자인 이지종합개발은 2026년 7월1일 기준 11.16%의 지분을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DI동일은 2024년 동일알루미늄 합병과 정헌재단 자금 대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으며, 감사 교체를 요구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 소송까지 이어진 바 있다.
△대한방직협회 회장으로 활동
서태원은 2023년 10월부터 대한방직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협회장을 맡아 22년 가까이 협회를 이끌어왔던 부친
서민석 전임 회장에 이어 동일그룹에서 다시 협회장을 맡게 됐다.
대한방직협회는 1993년까지 상근회장 체제로 운용됐으나 20년 만에 비상근회장 체제로 다시 복귀했다.
사실 협회는 앞서 1947년 조선방직협회로 창립 당시부터 비상근회장 체제로 운영됐으나 1973년 상근체제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군사정권 시절 군인 출신 친정부 인사들이 줄이어 자리를 차지했다.
상근체제 도입과 동시에 박정희 정권 시절 군사통신참모 출신 배덕진 전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년간 회장으로 있었고 전두환 정권 시절인 80년대에 들어선 이희성 전 육군참모총장, 주영복 국방장관, 민정당 3선 의원을 지낸 천명기 전 보건사회부장관, 윤성민 전 국방장관 등 군사정부 주요 인사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서태원의 부친인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협회장으로 협회를 이끌었고 2023년 아들인 서태원이 회사를 승계하면서 협회 회장에 선임돼 업계 리더십 자리도 이어 받게 됐다.
대한방직협회는 국내 면방직산업의 발전과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산업정책에 대한 제안을 비롯 산업동향 및 정보 공유, 시장 확대 등을 위해 설립됐다.
△‘방직회사’에서 복합 소재·플랜트 그룹으로 변모 나서
DI동일은 국내 면방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출발해 알루미늄과 환경플랜트, 패션, 가구·화장품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 복합 산업그룹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DI동일의 뿌리는 1932년 일제강점기 인천에 설립된 동양방적주식회사(도요방적주식회사)다.
1955년 정부의 귀속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동양방적공사 인천공장을 인수해 동양방직을 설립했다.
이후 1964년 국내 16번째 상장기업이 됐고, 1966년 사명을 동일방직으로 변경하며 국내 대표 면방기업으로 성장했다.
섬유사업은 지금도 DI동일의 모태 사업이다. 원사와 직물 생산부터 염색, 가공, 재봉사, 자수사, 의류 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했으며, 선염사 브랜드 ‘실크라운’과 자수사 브랜드 ‘마라톤’ 등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과 폐어망 등을 활용한 친환경 원사 개발에도 나서며 고부가가치 소재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섬유산업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냈다.
1989년 동일알루미늄을 설립해 알루미늄박과 열교환기 사업에 진출했고, 이후 2차전지용 양극박 소재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2014년에는 동명길광을 인수해 동일씨앤이를 출범시키며 환경플랜트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패션사업 역시 동일라코스테를 중심으로 재편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DI동일은 섬유소재·알루미늄·환경플랜트 및 복합소재·패션·가구·화장품 등 다섯 개 축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섬유소재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알루미늄은 2차전지용 양극박과 열교환기, 환경플랜트는 반도체 공정용 환경설비를 담당한다. 패션부문은 동일라코스테, 가구와 화장품 부문은 디아이비즈 등이 맡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재편으로 DI동일은 면방기업에서 복합 소재·플랜트 그룹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에서 알루미늄과 환경플랜트 부문의 비중은 40%로 늘었다.
△DI동일(디아이동일)이 걸어온 길
1955년 창업주 서정익이 동양방적공사 인천공장을 인수했다.
1955년 동인천공장을 세웠다.
1964년 국내 기업 가운데 16번째로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966년 사명을 '동일방직'으로 변경했다.
1969년 안양공장을 준공했다.
1979년 ‘정헌재단’을 설립했다.
1982년 홍콩사무소를 개설했다.
1989년 ‘동일알루미늄’을 설립, 천안공장을 세우며 알루미늄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1991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동일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1995년 동일방직 장항공장을 준공했다.
2000년 프랑스 드방레(Devanlay)와 합작하여 ‘동일드방레(현 동일라코스테)’를 세웠다.
2004년 동일알루미늄 인도법인을 세웠다.
2014년 동명길광을 인수해 ‘동일씨앤이’를 출범시켰다.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다.
2015년 가구 도소매 업체인 ‘디아이비즈’를 세웠다.
2016년 동일산자와 동일Y&K를 흡수합병했다.
2019년 사명을 'DI동일'로 변경했다.
2023년 동일드방레 사명을 ‘동일라코스테’로 바꿨다.
2024년 동일알루미늄 청주 제2공장 건설을 착공했다.
2025년 동일알루미늄을 흡수합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