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은 과연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특사) 방침을 사실상 천명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의 석방과 사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수석비서관들에게 사면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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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1월 설 특사 때 발언과 결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의 첫 특사였던 설 특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은 서민 생계형 사범으로 한정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특사에 대해선 '국가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특사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게다가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0대 기업 사장단이 참여한 가운데 긴급좌담회를 열고 경제인에 대한 사면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날 전경련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 방침은 이런 재계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특사발언이 나오자 재계는 즉각 쌍수를 들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13일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경제인 특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황교안 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인 사면에 적극적 인물이라는 점도 이번 특사의 방향을 예측하게 한다. 만약 경제인이 특사 대상에 포함된다면 남은 문제는 누가 그 대상에 포함될까 하는 점이다.
◆ 특사 대상으로 꼽히는 경제인들
재계는 특사 대상으로 구속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등을 꼽는다. 모두 가석방 대상인 형기의 1/3뿐 아니라 절반을 넘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횡령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 1월 말부터 2년6개월 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역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SK그룹은 총수 일가 형제가 동시에 수감돼 경영공백을 맞으면서 인수합병(M&A) 경쟁 등에 뒤쳐져 그룹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신년 인터뷰에서 “SK그룹은 첨단업종으로 그룹의 수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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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형을 받고 800일 넘게 수감돼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여서 사면대상이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징역3년에 집행유예5년의 형을 받았다. 집행유예 기간 5년을 반드시 마쳐야 대표이사로 등록될 수 있어 사면이 절실하다.
형이 확정되지 않아 특사가 불투명한 기업인들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돼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상고했다.
특사는 형이 확정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광복절 이전까지 이재현 회장에 대한 판결이 나지 않는다면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2심에서 징역 4년6월형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이 전 회장은 현재 간암 판정을 받고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 등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이 전 회장 역시 광복절까지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특사 대상에 포함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은 8천억 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광복절까지 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 여론의 역풍 부담도
경제인들이 사면의 대상에 얼마나 포함될지는 여론에 달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기업인 특사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거듭해 왔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2월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첫 번째 설 특사에 대해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이라고 말했다. 각종 부정부패로 기소된 기업인을 특사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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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일던 4월28일 역대 정부의 특사관행을 강력히 비판하며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부정부패로 기소된 기업인 사면에 부정적이었다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광범위한 기업인 특사를 단행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후보시절부터 사면권의 제한적 행사 방침을 밝혀왔던 박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국가발전과 통합을 위해 특별사면을 하겠다니 국민이 의아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특사에 경제인이 포함된다 해도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 대변인은 광복절 특사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사면의 폭과 기준은 국민의 법 감정과 정서에 어긋나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현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