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의 교체설을 놓고 산업은행이 낙하산 인사를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이 강도 높은 말들을 쏟아내면서 유 사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산업은행에게 부실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문제는 항상 쉽지 않은 과제다.
외부 출신이 투입되면 내부의 타성을 없애고 새로운 안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낙하산 논란도 매번 따라붙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KDB생명과 대우건설 CEO 선임을 놓고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정재욱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교수 출신으로 보험회사에 몸 담은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순수 학자인 정 사장이 KDB생명 대표로 내정된 이유로 이동걸 회장과 인연이 꼽히기도 했다. 정 사장은 과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 회장과 함께 일했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도 5월 내정되자마자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다며 의혹이 제기됐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에 편입된 뒤에도 계속 대우건설 출신들만 사장에 올랐는데 현대산업개발 출신인 박창민 전 사장이 2016년 8월 대우건설 사장에 오르면서 깨졌다.
당시에도 박 전 사장이 한국주택협회장을 지내며 정치권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기 때문에 선임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낙하산 논란은 사실 산업은행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그동안 전문성이 부족한 산업은행 출신이 자회사에서 사장부터 사외이사까지 고루 맡는 일이 많았던 탓이다.
KDB생명이 대표적이다. 인수한 뒤 산업은행 출신을 잇달아 내려보내 사장과 부사장을 맡겼지만 경영은 더 악화됐다.
최익종 전 사장과 안양수 전 사장을 비롯해 안동명 전 부사장, 권영민 전 부사장 등이 모두 보험업 경험이 없는 산업은행 출신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으로서는 매번 불거지는 낙하산 논란이 억울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몇 년 사이 자회사 CEO를 선임할 때 외부 출신을 더 선호하는 배경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10년 넘게 내부 출신이 CEO를 지냈지만 정상화는커녕 부실이 더욱 커졌다.
이전까지 산업은행은 부실문제로 자회사로 편입된 곳에 주로 내부 출신을 CEO로 앉혔다. 내부 출신이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결속을 다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부실 기업은 특히 정상화 과정에서 노조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외부 출신 사장은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내부 출신이 잇달아 CEO를 맡다보니 정상화 속도가 오히려 느려진 데다 내부에서 자리를 놓고 다툼만 치열해졌다.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조 단위 부실을 키우고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다.
다만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내부 출신을 역차별한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과 유창근 사장은 내부 출신이면서 외부에서 영입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대표이사까지 지냈고 회사를 떠났다가 10년여 만에 돌아왔다. 유 사장 역시 과거 현대상선 사장을 지내다가 퇴사한 뒤 다시 복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