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2~3년까지 시간이 걸린다. 현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로 잡혀있어 자칫하면 그의 임기 내내 즉시연금 리스크를 안고 갈 수도 있다.
삼성생명은 금융당국과 맞대결이라는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가만히 앉아서 피고인의 처지가 되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소송의 원고가 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점과 방식을 끌고 나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민원인 한 사례만을 넣어 소송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했다. 이 한 사례에 관한 법원의 유권해석을 받은 뒤 그에 준해 모든 미지급건에 동일한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압박이라는 변수를 제거하고 정당한 절차에 몸을 맡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보험회사는 금감원의 말이라면 따지지 않고 그대로 이행하는 일이 많았다.
과거 자살보험금 문제 때도 금감원의 강공에 보험금을 지급했고 금감원이 법리를 따지지 않고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만 내세운 제재를 내리면 그냥 따랐다. 보험회사들이 이 과정에서 부당하다는 불만을 삼켜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주지않은 미지급금이란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면서 즉시연금과 관련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털어버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삼성생명이 소비자에게 줘야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일각에서 조성되고 있는데 이는 삼성생명이 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논란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13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뜻을 담았다. 삼성생명은 정말로 지급해야 하는 돈이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더라도 책임질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약관을 둘러싸고 금감원과 삼성생명 사이에 이견이 있는 만큼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라며 “소비자 보호를 고려해봤을 때에도 소비자가 삼성생명에 채권이 있는지를 놓고 빠르고 명확한 결론을 얻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내어준 공을 받아 사태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16일 윤석헌 금감원장의 발언에 따라 앞으로 삼성생명과 금감원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