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를 대한항공에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31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한 논평에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제한적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시범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이 반인권, 반노동, 갑질의 끝판왕인 대한항공 경영진에 경영 참여 주주권을 조속히 행사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은 우선 대한항공 경영진과 대화한 뒤 사태 해결에 특단의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곧바로 임시주총 소집, 임원 선임과 해임 등을 통해 사태의 장기화를 막고 국민의 자산을 지키는 주주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책임투자포럼은 보건복지부가 17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발표한 이후 다른 경제시민단체들과 함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무용론 우려 성명서’를 내는 등 지속적으로 이사 선임과 해임, 주주제안 등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30일 경제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하면 '제한적으로’ 경영 참여 주주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와 관련해 31일 논평에서 “제도 시행 처음부터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배제한 17일 공청회안보다 진보된 조치”라며 “비록 제한적이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특별한 활동’으로 장기간 제한적으로 묶어 두어서는 안 된다며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가 ‘일상적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이른바 5%룰과 10%룰의 면제 혹은 대폭 완화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저촉되는 사안을 해소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지분 5% 이상 들고 있는 자가 기업에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를 하면 지분이 1% 이상 변경될 때마다 5일 안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지분을 10% 이상 들고 있으면 주식을 산 뒤 6개월 안에 팔아 얻은 단기 매매차익을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이 부분의 변경 없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 투자전략 노출, 단기 매매차익 반환 등과 관련해 기금 운용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사회책임투자포럼은 “5%룰과 10%룰은 투기적 자본의 기업사냥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은 투기자본도 아니고 경영권 찬탈 목적도 없는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밖에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철학을 지닌 인사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 등을 제안했다.
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사회책임투자(SRI)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성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2007년 4월 출범한 비영리기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