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여러 악재를 잘 넘어왔지만 KEB하나은행 채용비리를 놓고는 악전고투할 수도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의 여러 검사를 두고는 담대한 태도를 보였으나 채용비리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곤혹스런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당시 채용 청탁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사임한 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에 고강도 검사를 펼쳤다.
금감원은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과정에서 32건의 비리 정황을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김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청탁이 의심되는 사례들이 포함됐다.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의 이름과 ‘(회)’라는 글씨가 함께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태도 불량 등으로 합숙면접에서 0점 처리 됐음에도 최종 합격됐다.
금감원은 ‘(회)’는 회장실 또는 회장을 표기한 것이라는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의 증언을 확보했다. 김 회장은 ‘지원자 이름을 모르고 지원자의 부모도 모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3월30일 서울서부지검에 이첩했다.
하나금융지주에 실시된 검사가 최 전 원장으로부터 시작됐고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새 금감원장이 등장했다는 점은 김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최근 여러 불미스런 사건들로 실추된 금감원의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금감원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데 큰 관련이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비리를 놓고 그가 관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원장은 취임식에서 “금융감독원이 감독당국으로서 '영(令)'이 서야 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신뢰를 얻어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은행권 ‘채용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에서 건네받은 채용비리 정황뿐 아니라 추가적 채용비리와 불법행위를 파헤지고 있는 점도 김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검찰은 대구은행, 부산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권 채용비리 정황을 수사하면서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2014~2016년 3년 동안의 자료를 넘어 2011~2017년 6년 동안의 상황으로 수사범위를 넓혔다.
금감원은 ‘(회)’라는 글씨가 붙은 2013년 한 건의 김 회장 청탁 정황을 포착했지만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망에서는 더 많은 정황들이 드러날 수 있다.
대구은행을 놓고도 금감원은 2016년 단 3건의 채용비리 혐의를 포착했으나 이를 넘겨받은 대구지검은 30여건의 정황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이 사임하고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 구속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채용비리는 경영진의 진퇴를 결정할 사안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