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근로시간 단축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행정해석 폐기 지시로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23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멕시코 다음으로 최장시간 근로가 이어진 데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김 장관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이 되 데 고용노동부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반응했다.
사과를 하긴 했지만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등의 문제에 말을 아꼈다.
김 장관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만든 것과 행정해석의 배경은 전 정권, 전임자의 일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하기 부적절하다”면서도 “도입될 당시 우리나라 여러 산업 여건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데에도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김 장관은 “행정해석을 유지하는 건 송구스러우나 하루아침에 폐기해도 특례업종 종사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국회에서)특례업종과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급격하게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반드시 가야 하는 방향”이라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부족하다면 속도조절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에 이어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현행법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5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을 주5일로 보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여기에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해 최대 68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일주일을 주7일로 못박아 주당 근로시간을 명시된대로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조정하는 방안과 기업 규모별로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 휴일·초과근무 수당의 중복인정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3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큰틀에서 합의했지만 구체적 내용에서 의견 차이를 나타내며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만약 이번에도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충격은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근로기준법의 국회통과가 어려울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대로면 내년 1월 행정해석이 폐기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렇게 되면 52시간 이상 근로한 기업은 처벌의 대상이 되고 휴일수당과 초과수당이 중복발생하는 등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