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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왜 돌연 물러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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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열린 적십자 고액 기부자 모임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가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에서 물러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홍 관장이 6일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미술관 2곳에서 맡고 있던 관장을 내려놓았다. 홍 관장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져 미술관 내부 관계자들도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관장은 국내 미술계에 영향력이 크다. 재계 서열1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안주인에 걸맞게 미술품 수집에서 ‘큰 손’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오랜 미술관 운영을 통해 기획전시 등에서도 트렌드를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미술학도 출신답게 미술의 전문적 안목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관장은 이 회장이 병석에 누운 뒤에도 공식 외부활동을 삼가면서도 미술관 운영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급작스럽게 사퇴한 데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컸던 탓으로 풀이된다. 홍 관장은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한 것으로 측근을 통해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월17일 구속돼 3월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구치소에 면회를 다녀갔으며 홍 관장을 비롯한 가족의 면회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홍 관장이 삼성그룹에서 맡고 있던 사실상 유일한 공식직함을 내려놓은 점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이날 삼성문화재단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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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왜 돌연 물러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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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되면서 격랑의 시기를 맞고 있다.
당분간 오너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3축으로 하는 전문경영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관장이 사퇴를 결정한 것도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경영인체제에 홍 관장이 오너일가의 최고 어른으로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재계 일각의 시선을 차단하려는 조처란 뜻이다.
또 이번 사태가 오너 경영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일인 만큼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퇴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오너일가에 대한 시선이 집중될 수 있는 점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홍 관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이 불거진 뒤 수백억원 대의 고가 미술품 구입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미술품 구입과정과 자금출처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에버랜드 창고에서 수많은 고가 미술품들이 발견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삼성비자금 사건 여파로 사퇴하자 홍 관장 역시 두 미술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이사에서 물러났다가 2년9개월 뒤인 2011년 3월에 관장으로 복귀했다. 2011년 6월에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로부터 미술품 판매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50억 원 규모의 청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홍 관장은 올해 72세로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맏딸이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동생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1967년 이건희 회장과 결혼했으며 1995년 1월 호암미술관 관장, 2014년 10월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에 올랐다. 홍 관장의 보유주식가치는 1조9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