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인사 스피드업⑩] 정부 출범 5개월 공기업 리더십 부재 장기화, '통폐합' '조직개편'에 사장 인사 안갯속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10-24 16: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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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 최종 합의 지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공급망 리스크 확대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각 기업들은 연말인사를 예년보다 서둘러 단행하며 조직을 쇄신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올해 연말인사의 흐름과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고, 이러한 변화가 위기 국면을 돌파할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들여다본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함한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 철도 공기업들의 리더십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4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대규모 공공기관장 공백 사태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기업 안팎으로 대규모 혁신, 통폐합, 조직개편에 산업재해, 불공정 사업 추진 논란 등이 겹치면서 새 리더십 발탁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24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국정감사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장 인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사장이 부재하거나 사의를 표해 사실상의 공백 상태에 놓인 공기업 수장 인사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위원회 없이 출범한 탓에 각 주무부처 장관 인선에 시간이 소요됐고 국정감사 일정이 겹치며 출범 이후 반년이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주요 공기업의 사장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마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둘러싼 대규모 변화를 추진하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을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속하게 새 리더십이 들어서리란 기대가 있었던 곳으로 꼽힌다.
정부가 출범 이후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6·27대책’을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주택공급에 의지를 나타냈고 동시에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며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초 이한준 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사의를 표한 이후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다만 국토부가 이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어 아예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절차에도 이르지 못했다. ‘개혁 수준의 변화’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추위 구성 이후에도 2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후임 사장 선임에 해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철도 공기업들의 사장 선임에는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 이슈를 전면에 올리면서 안전 역량 강화, 철도서비스 개선 등과 함께 향후 통합 문제를 정부와 발맞춰 수행할 인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 코레일과 에스알의 통합논의가 공식 간담회 등을 통해서 다시 시작됐고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철도공기업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다만 로드맵 자체가 빨라야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돼 통합 문제와 사장 선임이 긴밀하게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사장이 8월 국무조정실 감찰를 계기로, 이종국 에스알 사장은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발표 이후 사표를 던졌지만 수리가 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한문희 전 사장이 8월 경부선 사고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사장직무대행 체제에서 임추위는 여전히 구성되지 않고 있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정부 조직개편이 단행된 점, 전 정부에서 진행됐던 사업과 관련한 논란 등으로 새 기관장 선임에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일자로 환경부가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개편돼 출범하면서 한국전력공사와 그 아래 발전공기업 5사(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이 새 정부부처 아래로 이관됐다.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분야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그대로 남게 됐다. 단순 주무부처 이관이 아닌 에너지 공기업 관련 사이 연계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면서 사장 인사에는 속도가 붙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를 수면 위로 올리면서 가장 먼저 거론된 기관인 발전공기업 5사의 통폐합 논의가 접점을 찾은 뒤에나 통합발전사를 이끌 사장을 향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큰 과제와 맞물려 임기가 1년가량 남아 있는 김동철 한전 사장도 완주를 보장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 계약'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논란 속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과정에서 맺었던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논란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황주호 전 사장에 이어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독자적으로 체코 외 유럽 원전시장 독자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두코바니 원전사업을 따내면서 과도하게 불리한 방향으로 맺어졌다는 의혹이 지속하고 있어 신규 사장 선임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의 시선이 많다.
이외에도 다수의 공공기관장이 적지 않은 기간 공백 수준의 부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탓에 각 주무부처가 관여해야 할 인사 폭이 큰 점도 전반적으로 사장 선임에 부담 요소로 꼽힌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 윤형중 전 사장이 사퇴한 뒤 1년 반가량이나 리더십 공백에 맞닥드려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적절성 등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는 김동섭 사장의 임기가 지난 9월 완료됐지만 여전히 후임 인사는 안개 속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유병태 전 사장이 물러난 뒤 3개월째 사장직무대행 체제를 갖추고 있다. 다만 HUG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빠르게 구성해 신규 사장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기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주무부처 산하 공기업 할 것 없이 내부적으로 새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지 않는지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이제 곧 국정감사가 끝나겠지만 연말이 곧 다가오고 내년에 지방선거라는 이슈도 있어 사장 선임에 관해 우려가 큰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