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한길씨(왼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김근식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운데)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전당대회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전한길의 늪'에 빠진 가운데 김건희씨 구속과 당사 압수수색까지 겹치며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지율 반등을 노린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당내 찬탄(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 지지자 간 신경전이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격화하고 있다.
강성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는 전날인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소란을 일으켜 당으로부터 행사장 출입이 금지됐다.
전씨가 출입 불허 조치를 수용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서로를 '배신자'를 외치고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는 등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이어 '난장판'이 그대로 재연됐다.
이날 당대표 후보들의 연설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전씨'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이번 전당대회가 '전한길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상 정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누려 정당 지지율이 올라간다.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며 새출발 분위기도 연출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씨의 '미친 존재감'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아닌 '전한길 대회'로 바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진욱 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2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한길 대회'"라며 "전한길을 빼놓고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얘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3대 특검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수사도 전당대회 흥행을 가로막고 있다. 전당대회로 쏠려야 할 눈길이 특검팀의 수사 쪽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날 급기야 중앙당사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통일교 교인들의 무더기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 등을 확인하고자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은 영장을 제시하고 필요한 전산자료를 임의로 제출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회 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기획조정국은 당 지도부 직무를 보좌하고 당무 전반을 총괄하는 일종의 전략실이다.
무엇보다 두 번째 합동연설회가 한창이던 12일 세간의 관심은 전당대회는커녕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구속 여부에 집중됐다. 김건희 특검팀은 7일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일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광복절에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 성격의 '국민임명식'에 불참한다고 12일 밝혔다. 하지만 이 결정 역시 김씨 구속 문제에 대한 보도에 묻혀 별다른 주목받지 못했다.
▲ (왼쪽부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국민임명식이 80주년 광복절 취지에 맞지 않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특별사면, 여당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상법 개정안 일방 처리 방침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을 결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김씨 구속에 대해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며 "특검 수사가 법과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정상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되길 바란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3대 특검팀의 수사망에 걸려들고 있다. 이미 김건희 특검팀은 윤상현·권성동·김선교 의원을, 순직 해병 특검팀은 임종득·이철규 의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밖에 국가 안팎의 굵직한 현안들도 전당대회 흥행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연다. 앞서 타결된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한미동맹과 국방비 증액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연일 '산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행보에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이번 전당대회는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다.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당대회 흥행이 절박하다.
그런데 '특검의 시간'은 한동안 계속된다. 내란 특검팀 수사 기한은 9월18일, 김건희 특검팀은 10월2일, 순직 해병 특검팀은 9월2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여기서 각각 30일씩 2회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내란 특검팀은 11월15일, 김건희 특검팀은 11월29일, 순직 해병 특검팀은 10월30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내외 주요 일정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내 극우 논란은 심화할 뿐이다. 이에 정치권에서 국민의힘의 빙하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지금 전당대회도 이미 '극우논란'으로 떠날 사람은 다 떠나고 참여하는 사람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잔치'로 변했다"며 "국민의힘이 이러한 페이스로 계속 갈 경우 대중과는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