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청소기’로 유명한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한경희 대표는 2002년 자체 개발한 스팀청소기로 성공을 거두며 일약 주목받는 ‘주부CEO’ 대열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사업다각화 실패에 따른 실적악화로 한경희생활과학은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경희생활과학, 워크아웃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의 주채권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지난해 12월28일 금융감독원에 한경희생활과학의 워크아웃 절차개시를 신고하고 현재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
![한경희 신화 추락, 한경희생활과학 왜 워크아웃 들어갔나]() |
|
▲ 한경희 미래사이언스(옛한경희생활과학)대표. |
IBK기업은행은 정밀실사가 끝난 이후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등을 고려해 한경희생활과학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희생활과학은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 기술보증기금, KEB하나은행 등 다수의 금융사로부터 250억 원에 이르는 채무를 지고 있다고 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말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5회계연도감사 ‘의견거절’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희생활과학은 2009년 매출 976억 원, 영업이익 88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매출 633억 원, 영업손실 71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세금계산서 등을 근거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은 2015년 매출은 391억 원, 영업손실 195억 원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졌다고 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말 법인명을 미래사이언스로 바꾸었는데 이를 놓고 ‘한경희 색깔지우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 한경희, 이렇게 몰락하나
한경희 대표는 주부CEO 1세대로 주부들의 살림을 비즈니스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한국의 마샤스튜어트’에 비견됐다.
1986년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입사해 2년을 근무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다 고국으로 돌아와 1996년 5급 공무원 특채시험에 합격해 교육부행정사무관이 됐다.
|
![한경희 신화 추락, 한경희생활과학 왜 워크아웃 들어갔나]() |
|
▲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 |
한 대표는 집안청소를 하다 ‘편하게 서서 대걸레질을 하면서도 뜨거운 스팀으로 살균까지 해준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라는 발상을 하게 됐고 1999년 집안반대에도 공무원을 그만두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한 대표는 집을 담보로 잡혀가며 스팀청소기 개발에 수억 원을 투자했다. 2002년 말 스팀청소기를 개발했고 스팀청소기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며 성공했다. 한 대표는 스타CEO 반열에 올랐고 2008년에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주목해야 하는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팀청소기 경쟁제품들이 계속 출시되면서 한경희생활과학은 성장 동력이 점차 약해졌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한경희생활과학의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한 대표는 방송과 강연 등 외부활동으로 회사경영 자체에 소홀했던 점도 실적악화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내가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고 싶었는데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