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6-18 13: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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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윤상현 콜마홀딩스 및 한국콜마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콜마비앤에이치>
[비즈니스포스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및 한국콜마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콜마그룹 경영권 승계구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창업주가 친아들을 상대로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윤동한 회장이 장녀 윤여원 대표 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장남을 중심으로 짜여왔던 콜마그룹의 안정적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기며 후계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18일 콜마홀딩스를 둘러싼 상황을 종합하면 그룹 경영권의 무게추가 윤상현 부회장에서 윤여원 대표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콜마비앤에이치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남 윤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윤 회장은 2019년 12월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를 증여했다. 현재는 무상증자를 통해 460만 주로 늘어난 상태다. 이로써 윤 부회장은 전체 보통주 1793만8966주 가운데 542만6476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콜마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자리해왔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윤상현 부회장을 윤동한 회장의 뒤를 이을 ‘확정적 후계자’로 평가해 왔다.
윤 회장은 2019년부터 경영권을 사실상 장남에게 이양하며 후계 구도를 구축해왔다. 윤 부회장은 현재 지주사 콜마홀딩스 부회장이자 핵심 계열사인 한국콜마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분 구조 역시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콜마홀딩스는 다시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 부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계열사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콜마홀딩스의 지배구조를 보면 윤여원 대표와 남편이 10.62%, 윤동한 회장이 5.59%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윤 회장의 후계 구상 전반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된다. 윤 회장이 직접 소송에 나선 만큼 단순한 내부 갈등이나 지분 조정 수준을 넘어서는 중대한 결단이라는 평가다.
실제 윤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이번 소송은 윤상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서 권한을 남용해 합의된 승계구조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려 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윤 회장이 이러한 행위를 사전에 알았다면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해당 주식은 즉시 반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상현 콜마홀딩스 및 한국콜마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사이의 경영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윤동한 회장이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장남 윤상현 부회장과 장녀 윤여원 대표가 각자 한국콜마와 콜마비앤에이치를 이끄는 ‘남매 공동 경영’ 체제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법원에 신청하며 남매 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기존 체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윤상현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상당량이 회수된다면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경영권의 무게추가 윤여원 대표 쪽으로 기울며 승계 구도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윤동한 회장에 따르면 2018년 9월 윤상현 부회장·윤여원 대표와 콜마비앤에이치의 향후 지배구조와 관련해 3자간 경영합의를 체결했다. 해당 합의에는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맡아 그룹을 운영하되, 콜마비앤에이치에 대해서는 윤 대표가 독립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회장은 이러한 경영합의를 전제로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을 증여했지만 윤 부회장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 측은 이번 사안을 ‘기망에 의한 증여 후 주식 반환청구’로 판단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법원 판례에서도 상대방의 기망으로 인해 주식을 증여한 경우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간주돼 무효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증여 계약을 취소하고 주식의 반환을 명령했으며, 주주로서의 법적 지위도 원상 회복된 바 있다. 윤 회장이 이번 소송에 나선 배경 역시 이러한 법적 선례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된다.
▲ 콜마홀딩스 지배구조. <콜마비앤에이치>
반면 이번 소송이 기각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윤 회장과 윤 대표 모두 그룹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에 따라 후계 구도 재편은커녕 윤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서 콜마그룹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은 단연 윤 부회장이다.
무엇보다 소송의 핵심 쟁점인 ‘기망’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에 대한 경영 개입을 수익성 둔화에 대응한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판단이라고 주장한다면 법원은 이를 단순한 경영 판단 차이로 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윤 부회장의 주식 증여가 기망에 의한 것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콜마비앤에이치는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윤 부회장이 해당 계열사를 그룹 차원의 효율성 재정비 대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이번 법적 대응은 자회사의 경영 독립성과 건전한 기업운영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며 “지주사의 일방적 경영개입을 저지하고 계열사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3자간 경영 합의서는 콜마비앤에이치의 향후 운영과 콜마홀딩스의 지원에 관한 사항일뿐”이라며 “경영합의를 조건으로 주식을 증여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