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영업정지 해제' 위해 유심교체 가속, 최종 조사결과 전까진 재개 불가능할 듯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2025-06-09 15: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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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유심 교체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해킹 사고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입자 이탈로 실적에 빨간 불이 켜지자,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정부의 영업정지 행정조치를 서둘러 해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신규 가입자 영업 재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유심 교체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이달 말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해킹사고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영업 재개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SK텔레콤 >
하지만 6월 민관합동조사 최종 결과에 따라 SK텔레콤에 추가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조사 결과와 함께 SK텔레콤의 보안 강화 대책이 나온 뒤에나 영업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누적 유심 교체 가입자는 전날 4만 명이 추가로 교체하면서 663만 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체 유심 교체 예약자 가운데 70% 이상이 교체를 마쳤고, 남은 예약자는 약 292만 명으로 줄었다.
유 사장은 5월 한 달 동안 5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유심을 교체하며, 교체 작업에 속도를 높여왔다.
유심 교체가 시작된 4월28일부터 5월17일까지 약 200만 명이 교체를 마치는 데 20일이 걸렸지만, 이후 일주일 만인 5월21일엔 누적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어 5월24일에는 400만 명, 5월28일에는 500만 명, 6월3일에는 600만 명을 넘어서며 교체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유심 물량 확보도 안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500만 개의 유심을 확보하며 교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이 이처럼 유심 교체에 속도를 내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규 영업 중단 행정지도를 서둘러 해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1일 유심 교체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심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라고 SK텔레콤에 행정 지도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 5월28일 신규 영업 재개 시점과 관련해 “SK텔레콤 이용자 2400만 명 전부까지는 아니어도, 물리적 유심 교체를 원하는 800만 명에 대해서는 전부 만족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유심 교체 현황과 유심 보유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신규 가입 재개 시점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유심 교체 800만명을 서둘러 달성한 뒤, 정부에 영업 중지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할 심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사장이 마음이 급해진 것은 SK텔레콤 가입자 이탈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5일 이후 한 달 넘게 신규 영업이 중단된 사이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 통신사로 이탈한 가입자 수가 44만 명을 넘어서면서, 당장 2분기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44만490명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는 6월에도 SK텔레콤으로부터 이탈하는 가입자가 하루 최대 5천 명씩, 15만 명 가량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관적 시나리오로 6월까지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제한된다고 가정하고 하루 평균 5월 1만5천 명, 6월 5천 명의 이탈을 반영 때 2025년 연간 실적 감소분은 약 15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분기 실적은 매출 4조4211억 원, 영업이익 5159억 원, 순이익 3321억 원으로 1분기에 비해 각각 0.7%, 9.0%, 8.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작업이 6월20일 전후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하루 교체 인원이 20만 명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라 일정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 SK텔레콤은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영업 중단을 해제하기 위한 유심 교체 작업이 6월20일 무렵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유심 교체만으로 정부와 SK텔레콤이 영업 중단 조치를 풀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텔레콤의 구체적 보안 강화 대책이나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한 정부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신규 영업 재개를 결정한다면 해킹 사고 후 악화된 여론을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6월 말로 예정된 민관합동조사단의 해킹 사고 최종 발표에서 SK텔레콤의 귀책 사유가 인정될 경우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5천억 원 이상의 과징금과 함께 추가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텔레콤 대리점들이 신규 영업 중단으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SK텔레콤에 매우 불리하게 나올 경우, 유심 교체가 완료되더라도 당장 신규 영업정지 해제 조치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