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하반기 솔리다임과 시너지를 바탕으로 낸드플래시 사업 반등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 SK하이닉스 > |
[비즈니스포스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올해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과거 낸드플래시 기술력에서 삼성전자에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낸드 적층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등 기술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강점을 갖춘 자회사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 사업부)과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가 스마트폰과 PC 수요 둔화로 실적 부진에 빠진 낸드플래시 사업의 돌파구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찾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데이터 스토리지 기업 ‘퓨어스토리지’와 손잡고 데이터 집약적 환경에서 쿼드레벨셀(QLC) 낸드플래시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쿼드레벨셀(QLC)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로 1비트를 저장하는 싱글레벨셀(SLC) 방식 대비 4배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다. 데이터 아카이브, 백업, 미디어 저장 등 읽기 중심의 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월 인수를 마무리한 솔리다임이 QLC 낸드 기술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QLC 기반 eSSD는 AI 서버에서 가격과 성능을 고려했을 때 하드디스크를 대체하기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라며 “그동안 계륵으로 평가받았던 솔리다임의 활용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분기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1분기 낸드 부문 매출은 3조1750억 원으로, 2024년 1분기 매출 4조3505억 원에 비해 1조 원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은 150억~350억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D램에서 올해 1분기 약 7조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진입으로 범용 낸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미국 관세 부과에 대비한 일부 고객들의 선구매 움직임도 낸드 수요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늘면서, SK하이닉스의 1분기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은 직전 분기 대비 20% 하락했다.
▲ SK하이닉스는 2025년 1분기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150억~350억 원의 낮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최근 낸드플래시 업황은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GB300과 주문형 반도체(ASIC) 등 AI 서버의 출하 확대와 함께 대용량 스토리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용 SSD 시장은 완제품 재고가 낮은 상태에서 올해 3분기 가격이 최대 10%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용 SSD에 강점을 갖춘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과거 낸드플래시에서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에 크게 뒤처졌다. 1년 이상의 기술격차가 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20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11%로, 33%의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24년 11월 낸드플래시 업계 최초로 300단 제품 양산에 들어가며 기술우위를 확보하고, 올해 상반기 양산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321단으로 쌓은 모바일용 낸드플래시도 공개했다.
솔리다임 인수 효과로 낸드 시장점유율도 끌어올렸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20.5%로, 삼성전자(33.9%)와 격차를 13.4%포인트까지 좁혔다.
곽노정 사장은 HBM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워, AI 수요 증가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곽 사장은 올해 3월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 “AI 흐름에서 1위 포지션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이라며 “낸드도 AI 붐에 올라탈 수 있는 여건에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