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Finance4)로 불리는 최 전 부총리와 이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3 계엄사태 이후 수시로 ‘거시경제· 금융현안간담회’, 이른바 F4 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
한국의 정치 상황은 혼란 속에 있지만 경제시스템은 이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수없이 강조하며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들의 기민한 움직임은 실제 외환, 주식, 채권시장의 안정적 흐름에 기여하며 효과를 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누구보다 F4가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의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고, 기존 행정부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뒤이어 권한대행을 맡을 이가 탄핵소추 위기에 전격 사퇴하는 불투명한 정치 환경 속에서도 경제시스템이 정치와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2일 오전 긴급 F4 회의가 열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김범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이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 F4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4시간 대응체계를 지속해서 가동하기로 했다.
최 전 부총리가 갑자기 사라진 만큼 김범석 부총리 직무대행이 이날 회의를 주재했다지만 연륜과 무게감 등을 놓고 볼 때 앞으로 F4 회의에서 이 총재의 역할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4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F4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을 사람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총재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이후 정권 교체에도 임기를 보장 받았다. 이 총재는 2022년 5월 4년 임기를 시작해 내년 5월 임기가 끝난다.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는 것은 이 총재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중앙은행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적 통화정책 집행을 목표로 한다. 이는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보장 이유이기도 하다.
‘이환위리(以患爲利).’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이환위리를 들어 지금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통상과 환율 불확실성이 크고 이에 이 총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근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근심에서 이로움을 찾아내는 책임감과 지혜가 필요할 때다.
이 총재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 진정으로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을 만들기를 바란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