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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재수 끝에 시내면세점 진출의 꿈을 이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에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했으나 쓴잔을 마셨는데 이번에는 1위로 당당히 시내면세점 특허를 거머쥐었다.
정 회장은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시내면세점도 손에 쥐어 모든 유통채널을 확보하면서 롯데그룹, 신세계그룹과 함께 유통3강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 정지선 "국내 면세점 품격 올리겠다"
현대백화점의 면세점법인인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 사업자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801.5점)를 획득하고 면세점 특허를 따냈다.
지난해 7월에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떨어졌는데 1년 만에 최고 평가를 받는 업체로 거듭났다.
정지선 회장은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구현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면세점 서비스와 품질을 높여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에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부루벨코리아와 ‘특허취득 조건부 입점협약’을 맺고 원활한 명품 입점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부루벨코리아는 프랑스 부루벨그룹의 한국지사로 루이비통, 디오르, 펜디 등 글로벌 브랜드 40여 개를 국내 면세점에 공급한다.
정 회장은 시내면세점사업에 진출해 유통에서 모든 채널을 확보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과 함께 유통3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면세점시장은 2010년까지만 해도 4조5천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9조2천억 원으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12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정 회장은 그동안 백화점과 아울렛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지만 면세점이 빠져있는 점을 아쉬워 했다. 정 회장이 이번에 시내면세점 특허경쟁에 뛰어들면서 사장단 인사에서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를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킨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회장은 면세점사업 진출을 위해 공을 들였다. 그는 4년 전부터 별도 팀을 만들어 면세점사업 진출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7월 면세점사업에 도전하기에 앞서 호텔신라와 신세계에서 10년 넘게 면세점사업을 담당한 전봉식씨를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 정지선, 면세점사업에서도 성공할까
정 회장은 그동안 신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1년 말 가구업체 리바트를 품에 안았고 2012년 패션업체인 한섬을 인수했다.
한섬은 패션업 불황에도 매출이 2012년 4963억 원에서 2014년 5100억 원, 2015년 6168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현대리바트도 2012년 매출 5049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에서 2015년 매출 6940억 원, 영업이익 400억 원으로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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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들어설 현대백화점 코엑스점 전경. |
정 회장이 시내면세점사업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릴지 주목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입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이남준 KTB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이 들어설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은 입지가 좋아 특허만 획득한다면 지난해 신규특허를 획득한 업체들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엑스 인근 옛 한전부지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고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도 전시 및 컨벤션센터로 바뀌면서 MICE 관광객 유치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
MICE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 & Event)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MICE 관광객의 1인당 소비 지출액은 일반 관광객의 1.7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엑스 일대가 ‘한국판 타임스퀘어’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점도 호재다. 코엑스는 1일 한국 최초의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면세점을 탈환했고 신세계DF도 서초에 있는 센트럴시티에 면세점을 열기로 해 현대백화점이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을 포함해 강남지역에만 면세점이 4개나 생기게 됐다”며 “특히 월드타워점은 국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곳이라 본격적으로 맞붙을 경우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운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 6112억 원을 기록해 2014년보다 26.79% 늘어나 국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월드타워점은 면세점 수성에 실패한 뒤에도 문을 닫기 전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