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H20' 재고 물량이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려면 차세대 중국 전용 제품의 출시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및 서버용 제품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중국 수출 제한을 완화했지만 수요에 대응하기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출시할 새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일이 다급해졌다는 평가도 제시됐다.
인베스팅닷컴은 29일 증권사 제프리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고객사들의 엔비디아 H20 수요는 최대 1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저사양 인공지능 반도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기술 규제를 강화하며 H20 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최근 이를 해제하며 엔비디아가 다시금 현지 고객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제프리스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휴전’ 상태를 유지한다면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을 이어가는 일은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다만 제프리스는 엔비디아가 보유한 H20 재고가 60만~90만 대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수요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규제 완화로 중국 매출 타격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지만 반도체 물량 부족으로 이런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중국 화웨이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은 현지 대형 IT기업 및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대체하려 힘쓰고 있다.
그러나 제프리스는 중국 업체들이 여전히 엔비디아 반도체를 선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공급량 등 측면에서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H20의 후속 제품으로 신형 GPU 블랙웰을 기반으로 설계한 새 중국 전용 인공지능 반도체 ‘B30’ 출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프리스는 B30이 올해 4분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하며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메모리반도체 사양이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사들의 막대한 잠재 수요를 충족하려면 B30 개발 및 양산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승인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프리스는 올해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 투자 금액 전망치를 1080억 달러(약 150조 원)로 예측했다. 기존 예상치 대비 40% 상향한 것이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누적 지출 전망치도 8060억 달러로 이전보다 28% 높아졌다.
제프리스는 “중국 기업들의 인공지능 자본 지출이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이들 기업의 투자가 중장기 관점에서 위축된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