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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웨이브 리더십] DL이앤씨 비우호적 환경에 수익성 악화, 이해욱 건설명가 재건 기반 다진다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4-09-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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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우리 기업은 성장엔진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CEO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경제위기의 분수령에서 주요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삼성전자 ‘이건희 시대’ 성장세 끝?, 이재용 AI·파운드리·로봇에서 새 돌파구
②LG 구광모 6년 ‘가성비 중국’의 위협, HVAC·XR·AI 신사업 초격차가 관건 
③중국 저가공세에 흔들리는 SK그룹, 최태원 리밸런싱으로 배터리 사업 키우기 
④현대차그룹 '전기차, 후퇴는 없다', 정의선 뚝심 경영으로 '캐즘' 돌파
⑤네이버 성장률 둔화 본격화, 최수연 토종 AI로 정면 돌파
⑥국내 실적 부진 넥슨 이정헌, ‘해외확장, 선택과 집중’으로 ‘연매출 4조’ 겨냥
⑦강해진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 압박, KB금융 양종희 지배구조 ‘리딩’ 과제 무겁다 
⑧‘거인’ 미래에셋 박현주의 혜안, 글로벌IB 향해 쉼없이 달린다
⑨생보업황 악화에 지주사 전환까지 앞둔 교보생명, 신창재 무기는 ‘디지털’  
⑩현대카드 정태영 업황 악화 속 '침착한 전진', 건전성 수익성 혁신성 모두 챙긴다 
⑪갈림길에 선 롯데, 신동빈 ‘5대 재벌’ 회복할 무기가 안 보인다
⑫DL이앤씨 비우호적 환경에 수익성 악화, 이해욱 건설명가 재건 기반 다진다
⑬신세계그룹 정용진, 재계순위 10위권 도약시킨 이명희처럼 위상 키울 무기는? 
⑭대우건설 건설경기 부진에 수익성 악화, 정원주 ‘글로벌 대우’ DNA 회복 절실 
⑮인텔 반도체 ‘부동의 1위’ 무너뜨린 CEO 3인, 경영전략 실패가 삼성에 기회 열었다 

[빅웨이브 리더십] DL이앤씨 비우호적 환경에 수익성 악화,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21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해욱</a> 건설명가 재건 기반 다진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설립 85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건설사 DL이앤씨 재건에 나선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경영진 교체 마무리, 신시장 개척 등으로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DL이앤씨의 반등 기반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DL이앤씨는 2년 사이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수익성이 크게 저하했다. 이 회장이 DL이앤씨 재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최근 3년 동안 10대 건설사 실적 추이를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업황 악화에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유독 DL이앤씨의 실적 부진, 특히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DL이앤씨는 마지막 호황 때인 2021년 연결기준 매출 7조6317억 원, 영업이익 9573억 원을 기록했다. 

대림산업 건설사업부에서 인적분할해 출범한 첫해부터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당시 영업이익률 12.5%은 단연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이후 2년 동안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졌다.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가 상승 탓에 건설경기는 전반적으로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DL이앤씨가 그 여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 영업이익은 2022년 4970억 원으로 1년 만에 절반가량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3307억 원까지 감소했다. 

7억 원대 중후반을 유지한 매출과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2022년 6.6%, 지난해 4.1%로 축소됐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935억 원, 영업이익률 2.4%까지 쪼그라들었다. 10대 건설사(평균 영업이익률 3.1%) 가운데 여전히 하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DL이앤씨는 올해 들어 대표이사만 2차례 바뀐 전례 없는 리더 교체와 함께 임원 20여 명이 물러나는 변화도 있었다.

앞서 DL이앤씨 출범 뒤 3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마창민 전 대표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에 성공한지 열흘 만에 사임했다. 뒤를 이어 새 대표에 오른 LG전자 출진의 서영재 전 대표도 공식 선임 2개월 만에 자리를 내려놨다.

이 회장이 2019년 회장에 올라 완전한 오너3세 경영체제를 갖춘 지 5년 만에 그룹의 핵심인 DL이앤씨가 불황 앞에서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표적 업종인 건설업은 최근 내수시장의 동력을 잃어버린 탓에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DL이앤씨 역시 국내 주택사업은 높은 원가로 전체 실적 부진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시장이었던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해외 사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였던 건설사로 꼽힌다. 사업구조상 그만큼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1962년 한국-이란의 수교 뒤인 1975년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먼저 현지에 진출한 DL이앤씨는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이란 현장을 유지하며 의지를 보였다. 

이어 2018년 8월 미국 등 서방국의 이란 제재가 시작된 이후에도 유일하게 현지 지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란 제재 이후 사실상 현지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1939년 부림상회로 시작해 창립 85주년을 맞는 DL이앤씨는 1947년 대림산업으로 회사이름을 바꾸며 본격적으로 국내 건설산업의 길을 열었던 전통의 건설명가로 꼽힌다.

DL이앤씨는 1960~1970년대 해외 시장에서 최초의 기록들을 써 내려가며 현대건설과 함께 건설업계에서 쌍벽을 이루는 대표 건설사로 자리잡았다.

DL이앤씨는 1966년 베트남 항만공사를 수주하며 해외건설 외화 획득 1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197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1975년에는 쿠웨이트,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모두 처음으로 진출한 성과를 남겼다.

국내에서도 지금은 당연해진 주택 브랜드의 시작을 알렸다. DL이앤씨는 2000년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 출시, 2013년 ‘아크로’ 리뉴얼을 통한 최초의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 등 주택시장을 선도해왔다.

DL이앤씨는 1962년 건설업 시공능력평가 첫 발표 이후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10대 건설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시공능력평가에서는 전년보다 1계단 오른 5위에 올랐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 회장은 건설사업 재도약을 위해 본격적으로 ‘새 판 짜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건설업에 잔뼈가 굵은 ‘올드맨’으로 리더를 교체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간 DL이앤씨 대표로는 건설업을 넘어 다른 분야의 외부 인사를 영입돼 다양한 경쟁력을 갖추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악화한 수익성 탓에 기본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지기 위한 변화로 읽힌다.

DL이앤씨는 8월14일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1985년 삼호에 입사한 뒤 2020년까지 DL그룹 건설계열사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건설·주택 전문가로 손꼽힌다.

박 대표 선임으로 배원복 대림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에 올랐던 2019년 10월 이후 거의 5년 만에 건설 전문가가 수장에 오르게 됐다. 이해욱 회장이 취임한 이후 건설전문가의 대표 발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주택사업에서 선별수주 방침을 더욱 강화한 DL이앤씨는 하반기 들어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사업과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사업 등 서울 강남3구에서만 2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3곳의 사업지 모두 아크로를 적용하는 단지로 하이엔드 브랜드 중심의 경쟁력을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빅웨이브 리더십] DL이앤씨 비우호적 환경에 수익성 악화,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21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해욱</a> 건설명가 재건 기반 다진다
▲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된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사업 투시도. < DL이앤씨 >

중동을 넘어선 해외 신시장 개척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8월14일 이사회를 통해 카자흐스탄 현지 지사 설립 안건을 의결하고 거점 마련에 나섰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으로 풍부한 천연·광물자원을 품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가 차원에서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향한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여러 플랜트 일감이 발주될 지역으로 평가된다.

DL이앤씨는 3~4년 전 공사를 시작해 원가율이 높은 주택 현장들을 순차적으로 준공하는 한편 2분기 자회사 DL건설도 모든 현장을 대상으로 원가를 조정·반영하는 등 실적 반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음에도 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점은 DL이앤씨의 가장 큰 강점으로도 꼽힌다.

DL이앤씨는 2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103.3%를 나타냈다. 10대 건설사를 통틀어서 단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11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총차입금(1조1605억 원)보다 현금이 많은 순현금(8505억 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순현금 보유액과 낮은 부채비율을 더 개선해 최고 수준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이어가겠다”며 “다양한 공사수행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과 원가 관리에 집중해 실적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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