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진인터내셔널(HIC)이 갈 길 바쁜 모기업 대한항공에 또 다시 손을 벌렸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텔·사무빌딩 월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는 법인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 대한항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텔·사무빌딩 월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 자금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월셔그랜드센터의 모습. <월셔그랜드센터> |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신규 항공기 구매, 신사업 투자 등에 향후 자금소요가 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진인터내셔널에 수천억 원의 현금을 쏟아붓고 있다.
1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한진인터내셔널은 25일 실시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대한항공으로부터 5511억 원을 조달해 4억 달러에 이르는 외화부채를 상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진인터내셔널이 마지막 남은 금융부채를 상환하는 것이다”며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자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3년 2월에도 한진인터내셔널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9343억 원을 지원하는 등 한진인터내셔널에 대규모 현금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대한항공이 1989년 월셔그랜드호텔을 인수하며 설립한 법인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10억 달러를 투입한 사업 ‘월셔그랜드 프로젝트’를 통해 호텔 및 오피스센터 월셔그랜드센터를 열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야심작이었던 월셔그랜드센터의 재개장 이후에도 한진인터내셔널은 사무실 임대실적 부진으로 적자를 지속했는데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경영이 더욱 악화됐다.
그나마 순손실이 줄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한진인터내셔널은 2023년 개별기준 매출은 1851억 원, 순손실은 1086억 원으로 매출은 3.5% 늘고 순손실은 22.9%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양한 행사가 계획된 것이 많아 한진인터내셔널의 경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24년 1분기 별도기준 현금 5조5185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비해 2021년 실시한 3조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물류대란에 따른 항공화물 사업 호조세,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객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이 밑바탕이 됐다.
한진인터내셔널에 대한 대한한공의 지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정상화, 기단 현대화 계획, 신사업 투자 등 향후 현금이 들어갈 곳이 많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24년 3월14일 인천 중구 운북동에 위치한 신규 엔진정비 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7년까지 엔진정비공장 건립을 위해 총 578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항공> |
인수합병 계획에 따르면 대한한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및 영구채 매입을 위해 1조8천억 원을 투입한다.
이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중도금으로 7천억 원을 납입하고 전환사채 3천억 원을 인수했기에 추가 납입할 잔금은 8천억 원이다.
대한항공은 운항효율성이 높은 차세대 기종을 도입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도 있다.
대한항공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신규항공기 도입을 위해 2032년까지 투자할 금액은 36조6905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항공기 엔진정비 사업의 엔진정비공장 건립을 위해 2027년까지 5197억 원을 더 투입해야한다.
박종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12일 “대한항공은 항공기 기단 규모 회복을 위한 투자소요와 인수 성사 시 아시아나항공 연결 편입으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대한항공은 과거 한진인터내셔널의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일부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로 호텔·상업용시설 임대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협의단계에서 무산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진인터내셔널 적절한 매각 시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