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8-22 17: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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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철도공기업 수장들의 전면적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종국 에스알 사장 및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각각 경영평가 하락과 근로자 사망에 책임지고 사의표명한데 이어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고가 자전거 뇌물 논란에 휩쌓이면서 임기를 마치지 못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왼쪽)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국회방송>
철도공기업 수장의 전면 교체가 이뤄진 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통합작업에 물꼬가 터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의지를 피력하는 낙하산 알박기 인사 근절 법안의 명분으로 국가철도공단이 거론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 통과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면서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을 조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성해 이사장에 대해 고가 자전거 구매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이사장이 철도공단 예산으로 살 수 없는 자전거를 사오라고 지시해 직원들이 협력업체에 부탁해 업체 비용으로 구입했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김 원내대표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일에 관련된 직원들은 모두 승진했다”며 “공직기강이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범죄의식마저 무뎌진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알박기”라며 “철도공단의 이사장은 국토부 관료 출신으로 국민의힘 정무직 당직자를 지냈다”고 덧붙였다.
철도공단은 이 의혹과 관련해 "철도공단 복지후생규정에 따라 지난해 3월 이사장의 출퇴근 및 관사 내 이용을 위해 62만4천 원 상당의 자전거를 숙소 비품으로 구매했다"며 "다만 담당 직원이 자전거 대금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사실이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확인돼 해당 직원에 대해 인사조치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 이사장을 놓고 뇌물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1년 6개월가량 남은 잔여 임기를 이어가기 힘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에스알과 철도공사(코레일) 수장 모두 사의를 표명한 상황으로 이재명 정부 초반에 철도공기업 리더십이 전면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장기적 과제로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수장으로 교체 작업이 진행된 뒤 철도공기업들의 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국 에스알 사장은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인 'D'를 받아든 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종국 사장은 2021년 12월 문재인 정권에서 발탁한 인물로 이미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2023년 7월 임명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최근 발생한 청도 7명 사상자 사고에 책임을 진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공공기관 통폐합 1순위 대상으로 한국전력 등 발전 공기업과 함께 코레일과 SR 등 철도공기업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한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통령은 13일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에도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으로 운행횟수 증차 등 국민편의 확대 및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에도 에스알과 코레일 고속철도 통합을 공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수서고속철도(SRT)-KTX 고속철도 통합’ 공약을 발표하면서 "SRT와 KTX를 통합해 지역 차별을 없애고 요금할인 등 공공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도 "2016년 개통한 SRT와 KTX 간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분리 운영해 경쟁을 시켰다"고 지적하며 고속철도 통합에 힘을 실었다.
국토부는 최근 에스알과 코레일의 통합과 관련된 논의 자리를 마련하며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본격화했다.
다만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통합은 아직까지 공식화되지 않았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 철도공단과 코레일의 통합이 논의된 바 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에스알과 코레일의 통합도 유보됐다.
2023년 7월에는 정부가 출자를 통해 에스알의 최대주주가 됐다. 에스알은 코레일의 연결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철도 경쟁체제는 더욱 강화된 채로 현재까지 상황이 유지됐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와 철도 공기업 수장 교체 뒤 통합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도 코레일과 에스알의 통합을 강력히 원하며 정부에 강력한 정책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에스알을 통합하고 운영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