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권이 잘파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기 게임을 중심으로 한 e스포츠 후원부터 더 어린 세대를 위한 청소년 전용 용돈관리서비스 출시까지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잘파세대를 겨냥한 금융권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BNK금융그룹이 5월부터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은 BNK피어엑스 로고. < SBXG >
16일 e스포츠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즌부터 BNK금융그룹의 네이밍스폰을 받는 'BNK피어엑스(FearX)'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국내 리그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12일 농심레드포스를 상대로 한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롤은 세계적 인기 게임으로 젊은 세대가 즐기는 e스포츠산업의 중심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금융권은 롤 관련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BNK금융이 5월 네이밍스폰을 시작한 BNK피어엑스 전신은 ‘리브(Liiv)샌드박스’로 KB국민은행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네이밍스폰서십을 맺었던 팀이기도 하다.
BNK금융 관계자는 “기존에 은행 등 금융권 기업이 e스포츠에 많이 진입한 상태”라며 “미래 세대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네이밍스폰서십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LCK에 금융권 이름을 단 게임단은 BNK피어엑스를 포함해 ‘한화생명 e스포츠’와 ‘OK저축은행 브리온’ 등 모두 세 곳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네이밍스폰을 시작했고 한화생명은 2018년 아예 게임단을 인수했다.
금융사 이름을 달진 않았지만 하나은행의 파트너 T1과 신한은행의 지원을 받는 DRX도 LCK에 참전해 경쟁하고 있다.
T1은 지난해 세계 대회 우승팀으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사옥 근처에서 이상혁(페이커)과 이민형(구마유시) 등 T1 선수를 초청한 ‘하나T1데이’를 열기도 했다.
신한금융도 2022년 DRX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뒤 관련 적금과 카드 상품을 내놓았다.
▲ 조병규 우리은행장(왼쪽 3번째)이 4월14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4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젠지 선수단에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시우(리헨즈)과 김수환(페이즈), 조 행장, 정지훈(쵸비), 김건부(캐니언), 김기인(기인).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아예 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2019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 계약을 2025년까지로 2년 연장했다. 우리은행은 롤 다음 흥행 타자로 여겨지는 게임 ‘발로란트’ 리그도 후원하고 있다.
금융권은 용돈관리 서비스를 통해 게임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연령층보다 어린 세대도 겨냥하고 있다.
용돈관리 서비스는 14~18세, 혹은 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가 돈을 통장에 넣어두면 통상 월 50만 원 한도 내에서 자녀가 쓰는 형태로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나은행의 ‘아이부자’와 우리은행의 ‘우리틴틴’, KB국민은행의 ‘리브넥스트’, 신한은행의 ‘신한밈(Meme)’,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미니’, 토스뱅트의 '토스유스(USS)' 등 주요 주요 은행 대부분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은 최근 들어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공략 연령대를 더욱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5월 ‘우리틴틴’을 개편해 가입 연령을 기존 14세에서 7세로 낮췄다. 32년 만에 탄생한 시중은행 아이엠뱅크도 청소년 전용 금융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 연령을 낮추는 전략은 즉각적 성과로도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가입 연령 확대 이후 주춤하던 카카오뱅크 미니 가입자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봤다.
▲ 카카오뱅크 미니 유저수는 가입연령을 7세로 낮춘 지난해 3분기부터 다시 크게 늘어났다.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미니 최저 가입 연령을 14세에서 7세로 하향 확대해 미성년자 고객층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미니 전용 저금 서비스 '26일 저금' 등을 기반으로 여러 기업과 제휴해 청소년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혜택을 더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3월 말 기준 미니 유저 누적 164만 명(18세 이상 도달 사용자 제외)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권이 고객 연령층을 계속 낮추는 데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를 향한 기대감도 한몫한다.
당장의 수익성은 미미해도 어릴 때부터 자사 브랜드와 금융 앱에 친숙도를 높이면 향후 성인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은행권이 광고 모델로 저연령층에 친숙한 아이돌그룹을 고르는 비율이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은행은 3월 새 모델에 ‘라이즈(Riize)’를 선정했고 신한은행에서는 뉴진스가, KB국민은행에서는 에스파, 하나은행에서는 아이브 소속 안유진씨가 각각 대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라이즈는 어린 세대가 익숙한 우리은행의 비대면 채널을 위주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고 LCK도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래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많이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