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5-08 1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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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17년 만에 추진된 국민연금 개혁이 결국 여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22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바로 재추진한다 해도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설치부터 구성까지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는 게 많아 국민연금 개혁의 시간표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7일 여야 간사를 맡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함께 국회 소통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재정 위기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정치권 싸움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이 재정 안정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커진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2년 7월 국회 연금특위 구성 이래 2년 가까이 지속된 연금 개혁 논의가 결국 합의안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길이 요원해졌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21대 국회에서 단 하나의 연금 개혁도 하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간다면 연금 개혁 논의는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며 “연금특위는 지금이라도 논의 테이블을 열고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까지 쉼 없이 논의해서 반드시 국민의 뜻대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연금 개혁 논의의 시급성을 재차 짚었다.
국회 연금특위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겨우 12번의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등 연금 개혁에 느슨하게 접근하다가 총선을 앞둔 올해 1월에서야 급박하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다. 긴급한 연금 개혁 필요성에 비춰 한가한 행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연금특위는 2022년 7월22일 구성을 완료한 뒤 3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25일에서야 첫 회의를 열었다. 그해 11월 열린 2차 회의에서 연금특위는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첫 회의가 위원장 선임과 간사 선임이 의결된 뒤 20분 만에 마무리된 점, 두 번째 회의에서 민간자문위원회 구성이 25분 만에 원안 가결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국회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22년 12월6일에 열린 세 번째 회의로 파악된다. 결국 연금특위가 구성된 뒤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더해 원래 세웠던 연금 개혁 시간표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애초 2023년 1월까지 연금 개혁 초안을 마련해야 했던 자문위는 내부 합의가 지연되면서 2023년 3월 말에 와서야 초안도 아닌 경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경과 보고서에는 제대로 된 수치는 포함되지 않았고 서로 부딪히는 연금 개혁 방안이 모두 담겼다.
자문위의 연금 개혁 초안을 바탕으로 2023년 4월까지 개혁안을 만들기로 했던 연금특위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활동기간을 그해 10월까지로 연장하고 차분하게 논의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차 활동 연장 기한 동안 연금특위 회의는 단 두 차례만 열렸다.
국회가 제대로 된 연금 개혁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정부가 모수 개혁 방안이 빠진 알맹이 없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놓고 국회에 책임을 돌리는 상황도 펼쳐졌다.
결국 공 돌리기 끝에 책임을 다시 짊어지게 된 연금특위는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29일까지로 활동기간을 한 번 더 늘린 뒤 2024년 1월이 된 뒤에야 공론화 과정을 시작했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492명의 숙의 과정을 거쳐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론화 결론을 도출하고도 여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연금특위는 끝내 합의 실패라는 결과물만 남겼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재정 위기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이지만 이미 국민연금 기금은 내줘야 하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많은 재정 위기 상태에 빠져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024년 2월 구연금·신연금 체제로의 변화를 제안하는 보고서에서 구연금(현행 국민연금)의 적립 기금으로 앞으로 내야 하는 연금 급여 총액을 충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재정부족분(미적립 충당금)이 2024년 기준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6.9%인 609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 이강구·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월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KDI는 개혁이 5년 늦어지게 된다면 미적립 충당금 규모가 2029년 869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준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난해 9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 개혁 어떻게 해야 성공하나’ 세미나에서 2023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가 182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적립 부채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사망 시까지 수급할 연금 급여의 현재가치에서 납부할 연금보험료의 현재가치와 국민연금 기금액을 뺀 금액을 뜻한다.
전 교수는 “국민연금의 암묵적 부채(미적립 부채) 수준은 2023년 시점에 1825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80.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암묵적 부채는 2050년에 GDP의 109.1%, 2090년엔 300%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이 2024년 들어 아쉬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은 재정 위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래 가장 높은 13.59%의 수익률을 올린 기금운용본부는 2024년 2월까지 2.95%라는 아쉬운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 3년 동안의 평균 수익률 5.04%보다 낮고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의 평균 수익률 5.92%보다도 적었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해외주식에서 8.39%라는 높은 수익률을 거둔 데 비해 다른 투자자산에서는 평균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보였다. 그 뒤로 대체투자 2.91%, 해외채권 2.34%, 국내주식 0.35%였다. 국내채권은 –0.80%로 마이너스 수익률이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