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그룹 차원의 상생금융 실천 의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비은행계열사까지 포함시킨 상생금융방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상생금융방안이 비은행계열사 실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우리금융 자본여력은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넉넉치 않은 편이어서 임 회장의 선택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등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를 아우르는 상생금융 방안을 공개했다.
3일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긴급 상생금융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은 어려울 때 국민의 도움을 받아 되살아났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더 좋은 방안을 찾아서 빠른 시일 안에 실질적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은행만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는 다른 금융그룹과 다르다.
하나금융이 대표적이다. 10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은행권 상생금융 압박이 있은 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증권, 카드사 최고경영자가 소상공인 현장방문을 3일에 진행했다.
다만 실제 상생금융방안에는 하나은행만 포함됐다. 이는 5일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DGB금융그룹도 마찬가지로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상생금융방안을 내놨다.
은행권을 향한 압박이 우리금융에서는 계열사 전체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힘든 시기를 보낸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3분기 284억 원의 순손실을 낸 우리금융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정책서민금융상품인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을 취급하는 유일한 지주사 산하 저축은행이었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전체 업권에서도 낮은 수익성에 부담을 느끼며 꺼리는 정책금융상품을 공급해 온 것이다.
같은 위치로 볼 수 있는 NH저축은행은 공급한도를 조기에 소진한 뒤 추가공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10월에서야 해당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KB와 신한 등은 아직 검토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 상황도 마찬가지다. 여전업계는 기준금리와 함께 오른 조달비용 상승 부담을 떠안고 악화한 실적을 받아들었다.
두 회사는 모두 3분기 순이익이 각각 34.1%, 34.8% 줄었다. 우리카드는 6월 말 카드업계 최초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는데 이때도 액수만 따지면 순이익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대급 수익으로 정치권과 정부의 과녁이 된 은행권과 달리 비은행계열사들에게는 상생금융 방안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 자본여력이 넉넉한 상황도 아니다.
우리금융의 CET1은 9월말 기준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낮다. KB(13.70%)가 가장 높고 신한(12.90%)과 하나(12.74%) 순이다.
CET1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가운데 하나로 금융사 총자본 가운데 보통주 조달자본 비율을 의미한다. 금융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손실을 얼마나 잘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자본여력을 가늠할 수 있다.
▲ 임종룡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3월30일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점식에 참여했다. <우리은행> |
임 회장의 상생금융의지는 매우 강력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은 취임 초부터 상생금융에 힘을 줬다.
그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2월과 3월 은행 현장을 직접 찾고 은행이 상생금융방안을 내놨을 때도 4대금융(KB·신한·하나·우리)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했다. 나머지 금융지주에서는 은행장만 모습을 보였다.
임 회장은 당시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금융패키지 제공 △지속적 상생금융 방안 마련 △‘상생’의 책임을 다하는 금융기능 운용 등 3대 상생금융 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은행권을 향한 압박은 윤 대통령 ‘은행의 종 노릇’ 발언 이후 더욱 심화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금융사 이익 원천이 혁신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 시선이 따갑다”며 “은행 등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은 국민들 입장에서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