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매각입찰에 대기업이 없어 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을 계속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을 품에 안을 ‘고래급 인수자’ 없이 매각 절차에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HMM 적격 인수후보로 꼽힌 회사들이 인수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이 연내 매각 원칙을 그대로 밀어붙일지 여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HMM 적격인수후보로 꼽힌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은 앞으로 2개월 동안 실사를 진행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들 회사 3곳 가운데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주식매매계약(SPA)를 맺는다.
이러한 절차를 고려할 때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올해 11월 무렵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회장이 HMM 매각전을 강행하고는 있으나 매각이 순탄하지 못할 수도 있어 보인다.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의 자금 동원력이 HMM 인수에 필요한 매각 자금을 충족시키기에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번에 HMM 보통주 3억9879만156주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만6천 원대의 HMM 주가를 고려했을 때 매각금액은 최소 6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고래급 인수자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HMM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회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하림그룹 약 1조5천억 원, 동원그룹 약 6천억 원, LX인터내셔널은 약 1조5천억 원에 불과해 턱없이 못 미친다.
이에 강 회장이 HMM을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고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들 회사들이 최종 매각금액을 두고 절충에 나선다면 매각금액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HMM 지분이 산업은행의 BIS비율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신속한 매각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강 회장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최종 매각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HMM을 매각하려 할 경우 헐값에 국내 최대 해운회사를 넘겼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HMM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이 의원들로부터 HMM이 자금 동원이나 경영 능력 측면에서 적합하지 못한 주체에게 매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 연내 매각 방침을 고수한다면 적격인수후보 대상으로 꼽힌 회사들과 최종 매각금액 절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 HMM> |
게다가 매각전에 참여한 회사들이 HMM의 12조 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매각대금을 회수하려 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강 회장이 HMM 매각을 매듭짓기 힘들 수 있다.
2021년 산업은행에서 쌍용자동차를 매각할 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을 확보하지 못하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러한 계획에 불가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적격인수후보를 선정하기는 했으나 매각 공고 때 매도인의 사정을 이유로 매각 절차와 일정 및 내용이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사전에 고지한 내용을 근거로 매각 속도를 늦츨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해당 문구는 매각 취소 등을 염두해 두고 넣은 문구는 아니다”며 “아직 실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