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식을 치른 뒤 청와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실로 발걸음을 향한 지 1년이 지났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에게 청와대를 돌려줬다는 평가와 함께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째 되는 5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모습.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다른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며 앞으로도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취임 1주년을 맞아 앞서 4일 개장한 용산어린이정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일본군이 주둔했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미군기지로 활용돼 '금단의 땅'으로 묶여있던 곳이다. 그 부지 일부가 약 120년 만에 일반에 개방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3월 청와대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하면서 대통령실 집무실 주변에 대규모 국민 공원공간을 조성해 국민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용산시대' 1년 만에 어린이정원이 개장하면서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다.
용산어린이공원 전망언덕에서 대통령실을 눈 앞에서 볼 수도 있을 정도로 대통령과 국민은 이전에 비해 가까워졌다. 다만 대통령실을 두 달만에 급하게 옮기면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야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최근 발생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대표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대통령실 졸속이전 1주년 토론회'에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도청으로 벽이나 창문이 통째로 뚫렸다는 보도가 있고 사실로 돼 가고있다"며 "개인적으론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모인 정책포럼 사의재는 4월20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당시) 당선인은 '이전비용은 496억 원이면 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실제 이전 비용은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직접 비용 이외에도 졸속 이전으로 인한 무형의 비용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용산행에 따른 국방부·합동참모본부·사이버사령부 연쇄 이전 비용도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합참 이전비용으로 제시한 '2980억 원+알파'를 토대로 3천억 원에서 최대 5천억 원으로 잡았다.
그밖에 경호·경비부대·방공부대 이전에 2천억 원,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들어설 예정이던 ‘잔류미군기지’ 대체부지 선정 비용에 3천억 원이 소요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잔류미군기지 관련 비용은 기존에 미군이 숙박시설로 사용해온 드래곤힐 호텔을 이전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요구자 부담 원칙에 따라 3천억 원가량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청와대를 개방하고 복합문화 공간 등으로 조성하는 데 쓰이는 비용도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포함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러한 예산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합동참모본부 이전은 작전 효율성 강화를 위해 오래 전부터 검토된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이 없으며 용산에 잔류한 미군기지 이전도 과거 정부 때부터 필요성이 제기됐으므로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포함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에게 문을 활짝 연 청와대 개방 1주년을 하루 앞둔 5월9일 청와대 본관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도 이날로 꼭 1년이 됐다.
우리 역사에서 청와대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고 권력자들이 사실상 전유해온 이곳은 '권력의 중심지', '권력의 핵심 공간'으로 여겨졌다. 청와대라는 말 자체가 대통령과 그 권력을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명사이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공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청와대 누적 관람객은 지난달 말 기준 338만 명으로 권력의 상징에서 관광명소로 변신하긴 했으나 개방 직후의 열기는 많이 빠진 상황이다.
개방 직후 다섯 달 동안은 경복궁보다 관람객이 많았지만 점차 감소해 4월 방문객은 23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예상했던 연간 방문객 2천만 명 및 2천억 원의 경제적 효과 발생과는 차이가 크다.
영빈관, 상춘재 등이 주요 행사에 계속 쓰이면서 청와대 개방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환영행사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것을 시작으로 영빈관은 다시 대통령실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보안 행사'를 이유로 영빈관 내부 관람이 제한됐던 날은 모두 80일로 5개월 동안 절반 이상은 영빈관 관람을 할 수 없었던 셈이다.
청와대 개방을 급하게 진행하면서 콘텐츠가 부족하고 관람객 편의를 위한 시설과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에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문제도 존재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 말부터 관리 권한을 새로 위임받고 역사, 문화예술, 문화재, 수목 등 네 가지 핵심 콘텐츠가 융합된 'K관광 대표 랜드마크'로 청와대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6월부터 청와대에서 역대 대통령 일상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고리고 수목 자원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청와대 야간개장을 확대하고 화장실을 확충하는 등 시설 편의도 개선하기로 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