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경영정상화 본궤도 진입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권 사장은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보면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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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하지만 올해 수주가 부진한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권 사장이 하반기에 수주만 회복하면 현대중공업은 안정적인 경영궤도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현대중공업이 2분기에 강력한 구조조정 노력으로 이익창출능력을 향상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향후에도 안정적인 실적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9조8630억 원, 영업이익 5572억 원을 거둬 깜짝실적을 냈다.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2분기에 영업이익 1600억 원대를 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를 3배 이상 상회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1분기에 714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비용정산(체인지오더)을 통해 860억 원의 일회석 이익이 반영되면서 2분기에 흑자로 전환했다. 조선부문도 2분기에 1800억 원의 흑자를 달성해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 양부문에서 모두 흑자국면에 접어들었다.
유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인력조정과 비용절감 이외에도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 비조선부문 분사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기업가치 증대가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은 정제마진 하락과 추가적인 구조조정 비용 반영에 따라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시장의 신뢰를 확인한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2분기 호실적을 낸 덕에 28일 전일보다 1만1천 원(9.57%) 오른 12만6천 원에 장을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하지만 권오갑 사장은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가 부진하면서 남은 일거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수주잔고가 고갈되고 있는 것은 내년의 부담요인”이라며 “올해는 비용절감으로 실적을 반등시키더라도 내년부터는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유재훈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은 비조선부문에서 안정적인 이익창출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선부문에서 신규수주 감소에 따른 외형축소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매출기준으로 수주잔고가 조선 76억 달러, 해양 67억 달러, 플랜트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1년 평균매출과 비교하면 1.3년치 일감에 그친다. 상선만 놓고 보면 수주잔고는 1년 내에 모두 비워진다.
권 사장은 27일 사내담화문을 통해 “비용절감 등의 노력으로 2분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수주소식이 없다”며 “지난해보다 80% 가까이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주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권 사장은 최근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발주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에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그리스 선사 알미탱커스로부터 30만DWT(재화중량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에 대한 수주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선박가격은 1척당 8550만 달러로 수주협상이 체결되면 2017년 말이나 2018년에 선주측에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5월과 6월에 각각 유조선 2척을 수주하면서 상징적인 수준의 수주라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