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과 LX그룹도 LG그룹과 같이 오너가 남성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여성들은 경영과 거리를 두는 보수적인 가풍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분 상으로는 아직까지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향후 상속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가족 사이 화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LG그룹이 지분상속 문제로 내홍에 휩싸이면서 범LG가인 LS그룹과 LX그룹의 지분 상속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구본준 LX그룹 회장.
17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고 구본무 회장의 배우자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로부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당하면서 범LG가의 가풍인 '장자승계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75년 동안 LG가에서 형제 사이에 경영권이나 재산관련 분쟁이 없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일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LS그룹과 LX그룹도 향후 지분 상속을 둘러쌓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다만 LX그룹은 현재까지 LG그룹과 비교해 자녀들에 대한 지분 배분이 상대적으로 공평한 편이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2021년 장남인 구형모 LX엠디아이 대표이사 부사장과 차녀인 구연제씨에게 LX홀딩스 주식을 각각 850만 주(11.15%), 650만 주(8.52%)씩 증여했다. 2022년 9월 기준 구본준 LX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은 20.37%이고 구형모 부사장과 구연제씨의 지분은 각각 11.9%, 8.87%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 지분 8.76%를 상속받은 반면 딸들인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LG 지분 2.01%, 0.51%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LX그룹 오너가의 딸인 구연제씨는 지분을 상당히 많이 받은 셈이다.
구연제씨는 현재 LX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투자회사인 마젤란기술투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LX홀딩스 관계자는 “구연제씨는 현재 LX그룹에 적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향후 경영 참여 여부도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LS그룹은 LG나 LX처럼 한 사람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다.
구태회 LS산전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태, 평, 두’ 형제들의 자녀들이 사촌경영 방식으로 그룹을 공동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LS 지분을 가진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지분도 3.63%에 불과하다.
LS그룹 관계자는 “태, 평, 두 세 집안의 LS 지분율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구자은 회장의 지분이 가장 높은 것은 형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S그룹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남성 후계자들이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한 경향은 나타난다.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인 자녀인 구은아, 구은성씨는 LS 지분을 각각 0.69%씩 보유한 반면 아들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은 LS 지분을 2.99% 갖고 있다. 구동휘 부사장은 LS그룹 오너가 중에서도 2번째로 많은 LS 지분을 들고 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아들인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은 LS 지분 1.16%를, 딸인 구은희씨는 지분 0.54%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오너 3세가 똑같이 지분을 증여받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자녀가 더 지분이 많은 경우도 있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자녀인 구원경, 구민기씨는 모두 지분 0.49%씩 증여받았다. 구원경씨는 현재 LS그룹 예스코홀딩스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의 자녀인 구소희와 구소연씨도 0.81%씩 똑같이 LS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자용 E1 회장의 자녀인 구희나, 구희연씨도 LS 지분을 각각 0.58%씩 들고 있다.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의 아들인 구본권 LSMnM 전무는 LS 지분 0.39%를 보유하고 있는데 딸인 구원희씨는 이보다 많은 0.46%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처럼 LS그룹이 LG그룹과 다르게 지분을 장남에게 몰아주는 경향이 적은 것은 사촌경영의 특수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일가가 그룹을 공동을 경영하는 만큼 굳이 자녀 한명에게 지분을 모두 증여, 상속할 필요성이 적은 것이다.
다만 향후 LS그룹 3세 경영인들이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을 때도 지금과 같은 공동경영 형태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S그룹은 2세까지 잡음 없이 사촌경영을 유지하고 있지만 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시기에도 지금과 같은 체계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구자은 회장이 LS그룹을 이끄는 2030년까지는 지분과 관련된 잡음이 발생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