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의 내년 7월 총선 출마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이 14일 열린 비공개 임원회의에서 총선 출마설을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발언 형식을 취하지 않으면서 금융업계에서는 여전히 총선 출마 관련 의구심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 이복현 금감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이 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나왔다.
이는 온전히 이 원장의 출신과 능력에서 기인한다.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윤석열사단의 막내검사로 불렸고 여전히 대통령의 측근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금감원장에 오른 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딛고 발빠른 소통과 거침없는 발언 등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정부 관치금융의 중심에 서 있다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가 이끄는 금감원 만큼은 설립 이래 힘이 가장 세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이 점점 다가오자 이 원장의 총선 출마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이 원장의 출마설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다뤄질 정도로 무게감 있게 퍼졌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원장에게 총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는데 이 원장은 즉답을 피했다.
이후 상생금융을 앞세워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연이어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이 원장의 출마설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후임으로 검사 출신 후보가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이 원장 본인이 그동안 말을 아끼며 의구심을 키운 경향도 있다.
이 원장은 9일 기자들을 만나서도 총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감독기구 수장으로서 아직 중요한 역할이 많다”며 원론적 대답을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입장을 공개적으로 정리해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금감원장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논할 정도로 한가로이 돌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떠올릴 정도로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의 기민한 정책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금감원장의 총선 출마와 같은 비효율적 논란에 힘을 낭비할 때가 아닌 것이다.
시장에서 이 원장의 위상을 기존 금감원장보다 높게 보기에 더욱 그렇다.
▲ 이복현 금감원장이 8일 부산 디캠프(D-camp) 부산 라운지에서 스타트업 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부산은행> |
전날 국회에서는 ‘
윤석열정부의 관치금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날 이 원장과 관련한 이야기도 다수 나왔다.
발제발표를 맡은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에서
이복현 원장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데 시장은 이 원장을 단순 금감원장이 아니라 대통령 최측근 검사로 보고 그의 말을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의 가격책정과 관련한 이 원장의 구두개입이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시장이 바라보는 이 원장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시장이 이 원장을
윤석열정부 금융정책의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이 원장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 원장은 공개된 장소에서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원장이 전날 비공개회의에서 총선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지만 공개 장소에서 강한 어조로 부인하지 않는다면 총선 출마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하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번복하는 곳이 정치판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원장은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출마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다면 시장은 그의 말을 믿어줄 것이다. 이한재 기자